[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얼어붙었던 미국 소비심리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제조 경기의 회복에 이어 소매판매 실적이 개선되자 미국 경기가 회복 선순환에 진입했다는 기대가 고개를 들었다.미국인들이 금융위기 이후 굳게 닫았던 지갑을 열었다. 8일(현지시간) 미 유통업체들이 공개한 3월 판매 실적 대부분이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돌았던 것. 특히 의류와 명품 잡화 등 생필품 외의 제품의 판매 실적도 향상, 소비심리 개선의 신호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결과에는 따뜻한 봄 날씨로 인한 봄 신상품 판매 증가와 이른 부활절 휴가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경기회복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소비심리가 작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고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29개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리테일 메트릭스에 따르면 3월 조사업체의 동일 매장 매출은 평균 8.7%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는 미국 최대 할인매장 월마트의 실적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문가 예상치인 6.1%를 웃도는 결과다. 국제쇼핑센터협회(ICSC)는 31개 소매업체들의 3월 동일 점포 매출이 전년대비 9%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리테일 메트릭스의 켄 퍼킨스 회장은 "소매판매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래 최대폭의 월간 증가율을 기록했다"며 "소비자들이 의류나 액세서리, 가구 등과 같은 생필품 외의 품목에 돈을 많이 썼다는 사실은 살림살이가 많이 나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노드스트롬 백화점
일부 매장의 경우 전문가 예상을 훌쩍 넘어 두자릿수 매출 증가세를 기록했다. 중저가 백화점 콜스의 경우 3월 동일매장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2.5%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불경기에 강하다는 할인매장들의 선전도 이어졌다. 타겟의 3월 매출은 10.3% 불어난 것으로 확인됐는데, 주목할 점은 의류 판매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점. 소비자들이 더 이상 이익율이 낮은 생필품에만 소비를 제한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런 분위기 속에 침체기간 동안 주춤했던 '명품 사랑'도 되살아났다. 명품 전문 백화점 노드스트롬의 3월 매출은 전년대비 16.8% 증가했다. 삭스 백화점과 니먼 마커스·버그도르프굿맨 백화점의 매출은 각각 12.7%, 9.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의류와 구두, 핸드백, 주얼리 등의 매출신장이 두드러졌다. 매출이 늘어나면서 유통업체들은 실적전망을 상향조정 하고 나섰다. 타겟은 1분기 주당순익이 시장 예상치인 74센트보다 10센트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T.J맥스와 홈굿즈스토어스를 운영하고 있는 TJX 컴퍼니스는 1분기 순익 전망을 기존 주당 60~65센트에서 76~79센트로 크게 상향조정했다. 다만 유통업체들은 실적개선이 일시적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로 인력을 보충하는 등의 투자에는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유통 컨설팅업체 컬트 샐먼 어소시에이츠의 메디슨 릴리 매니징 디렉터는 "실업률은 높고 소비자들은 여전히 부채 상환에 급급하며 의료법 개혁과 같은 정책 전망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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