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레저그나 그린재킷 등이 '홍보 수단' 국내대회도 상징 필요
US오픈과 WGC CA챔피언십 우승컵. 마스터스의 상징인 '그린재킷'(왼쪽부터).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김세영 기자] '역사는 오래됐지만 상징이 없다'. 국내 골프대회를 두고 하는 이야기다. '내셔널타이틀' 한국오픈과 한국프로골프(KPGA)선수권 등 무려 5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빅매치조차 대회를 대표하는 그 무언가가 빠져 있다. 바로 고유의 우승트로피다. 마스터스는 반면 '그린재킷', 브리티시오픈은 '클라레저그' 등 특유의 우승컵 마케팅이 독특하다. ▲ 역사는 "연륜으로 만들어가는 것"= 1860년 창설돼 4대 메이저 가운데서도 최고(最古)의 역사를 자랑하는 브리티시오픈은 '컵'이 아닌 은으로 만든 '클라레저그'(술주전자)를 우승자에게 준다. 골프마니아들은 당연히 그 사연이 궁금하다. 대회 홈페이지에는 언제부터 왜 이 잔을 수여했는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등을 상세하게 소개한다. 그래서 매년 대회를 전후해서 이 클라레저그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지난해 우승자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은 클라레저그를 부엌에 두고 아침 식사 때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 행복했다고 말했다. 올해 챔피언 스튜어트 싱크(미국)는 자신이 즐기는 기네스 맥주를 부어 마신 뒤 다음 날에는 코카콜라를 부어 아들에게 돌렸다고 한다.'꿈의 메이저' 마스터스는 1949년부터 우승자에게 '그린 재킷'을 입혀준다. 이 옷은 원래 오거스타내셔널의 회원과 비회원을 구분하기 위한 용도였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그린 재킷을 입혀주는 건 마스터스만의 독특한 전통이다. 국내 골프대회의 상당수도 우승자에게 챔피언재킷을 주지만 엄밀히 말하면 '짝퉁'인 셈이다. 올해 양용은(37)이 타이거 우즈(미국)를 꺾고 우승해 파란을 일으켰던 PGA챔피언십은 우승자에게 '워너메이커 트로피'를 수여한다. 대회 창시자인 로드먼 워너메이커의 이름을 딴 것이다. 트로피의 재원(높이 71cm, 무게 12.3kg)이 화제가 될 정도이다. 1925년 월터 헤이건이 택시에서 트로피를 잃어버린 뒤 5년 만에 되찾은 사연도 간직하고 있다. '돈 잔치'로 소문 난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 중 액센추어매치플레이챔피언십은 월터하겐컵, CA챔피언십은 진사라센컵 등 전설적인 골퍼의 이름을 붙여 우승의 가치를 더한다. 이밖에 디즈니골프장에서 열리는 칠드런스미러클네트워크클래식은 만화영화 캐릭터인 도널드 덕을 트로피에 사용했고, 발렉로텍사스오픈은 미국 지도를 형상화했다.
유소연이 하이원리조트컵 SBS채리티여자오픈 우승 후 '도자기 트로피'를 들고 있는 모습. 하지만 내셔널타이틀인 한국오픈 등은 화제가 없다. 사진=KLPGA제공
▲ 국내 골프대회는 "화제가 없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대회는 한국아마추어선수권이다. 6ㆍ25 전쟁 휴전 이듬해인 1954년 10월 창설됐다. 4년 후인 1958년 생긴 KPGA선수권과 한국오픈은 프로골프대회의 효시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모든 대회들이 우승컵에 명칭은 물론 이야깃거리가 남아있지 않다. 오철규 대한골프협회(KGA) 사무국장은 "국내에서 골프대회가 시작된 1950년대는 골프에 대한 인식 등이 너무 부족했던 시기였다"면서 "사실 외국 메이저대회 트로피와 같은 고유명칭이 없다는 게 안타깝다"이라고 말했다. 세월 따라 대회만 개최했을 뿐 무엇인가 남기겠다는 마케팅 개념의 부족이 낳은 소홀한 결과다. 요즘에는 그나마 몇몇 대회가 독특한 우승컵을 제작하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하이원리조트컵 SBS채리티여자오픈과 김영주골프여자오픈, 에이스저축은행몽베르오픈 등은 '도자기 트로피'를 수여하고 있다. 도자기가 각광을 받은 건 2004년 CJ나인브릿지클래식(현 코오롱ㆍ하나은행LPGA챔피언십)부터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개최된 LPGA투어는 우승자에게 한복을 입히는 전통을 수립했다.트로피는 골프대회의 훌륭한 홍보나 마케팅 도구다. PGA투어 대회 중 워싱턴에서 열리는 AT&T내셔널은 실제 고전건축양식을 고스란히 간직한 미국 의사당 건물을 재현한 트로피를 사용하고 있다. 그 모조품은 50달러에 일반인에게 판매되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우승컵 모조품을 비롯해 대회 배지나 깃발 등을 기념품으로 판매한다. 국내에서도 이제는 '내셔널타이틀'인 한국오픈이나 PGA선수권 등은 태극 문양 등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상징을 넣어 트로피를 만드는 등의 색다른 우승트로피 마케팅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거액을 투자해 유명선수들만을 초청하는 것은 한해에 국한되는 단순한 마케팅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전통을 쌓고, 또 여기서 흥행을 창출하려면 언제나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김세영 기자 freegolf@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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