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제대발'로 앨범 내긴 싫었다'(인터뷰)

[아시아경제 이혜린 기자]가수 싸이가 김장훈과의 연말 조인트 공연 '완타치'를 앞두고 하루 7시간 맹연습에 돌입했다. 자신이 맡은 1부 공연은 김장훈에게 큐시트도 보여주지 않고 비밀리에 준비 중. 대표적인 히트곡부터 소녀시대 '소원을 말해봐' 패러디까지 최근 연습실에서 만난 싸이는 "이번 공연의 세부적인 사항은 내 무대연출 스승인 장훈이 형에게 맡기고, 난 무대 위에서 마음껏 노래해보고 싶다"며 "이 공연이 제대 후 내 공식 활동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왜 앨범을 내지 않고 공연부터 하나ㅡ 공연도 공식활동으로 보고 있다. 사실 앨범은 공연 레퍼토리를 위한 신곡 발표일 뿐이다. 또 앨범을 '제대발'로 가고 싶지도 않았다. 공 들여 새로 만들어서 내년에 발표할 예정이다. 미리 써둔 곡을 쓰기엔 트렌드가 바뀌기도 했고. 난 일단 후크송 유행이 좀 지나간 후에 앨범을 내고 싶다. 김태우가 잘돼서 좋다. 현역으로 제대한 후에 컴백해서 제일 잘 된 케이스가 아닌가 한다. 아이비의 '터치 미'도 최근에 쓴 것인가 ㅡ 아이비를 위해 쓴 것이다. 처음 만났을 때 아이비가 위축돼있고, 기죽어있고 그랬다. 저 사람이 과연 '유혹의 소나타'를 부른 사람인가 싶더라. 다른 문제는 차치하고, 아이비가 풀 죽어 있는 게 싫었다. 그래서 더 에너제틱한 노래를 만들었다. 같이 작업해보니 그는 연습량이 상당한 노력파였다. 군 위문 공연을 많이 해 공연 무대 매너도 많이 바뀌었을 것 같다ㅡ 해병대 공연을 한 적이 있다. 남자만 8000명이 모여있더라. 이 사람들은 관객이라기보다는 '한번 해보자'하는 상대 같았다.(웃음) 그 공연으로 내공이 좀 쌓인 것 같다. 사실 남자 팬이 너무 늘었다.(웃음) 공연을 하면 남자 수가 월등히 많다. 컴백 공연이 김장훈과의 조인트 공연이라 의외였다ㅡ 아직 내 스스로의 컨디션이 100%는 아닌 것 같다. 내가 혹시 무뎌지진 않았나 궁금도 하고. 일단은 장훈이 형한테 기대고 싶기도 했다. 연출을 깊이 하면 할수록 무대에서 즐기기가 어렵다. 폭죽이 왜 덜 터졌나만 보게 되고. (웃음) 이번에는 장훈이 형에게 세부적인 걸 다 맡기고, 난 무대를 좀 만끽하고 싶었다.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나ㅡ 연습을 따로 한다. 서로 하이라이트 공연을 뭐할지 얘기도 안한다. 상식적인 경쟁심이다. 우린 둘 다 마이크를 내주는 걸 싫어하는 사람들이니까. 조인트 공연도 서로에 대한 상당한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후배 가수들이 공연형 가수가 되고 싶다면서 꼭 김장훈과 싸이를 언급한다ㅡ 사실 우리가 공연 준비하는 거 보면 '그렇게는 못한다'고 할 거다. 티켓 판매지수 다 알고, 중장비 공법 다 알고, 큐시트 하나하나 내 손 안거치는 게 없다. 연습도 좀 길게 해야한다. 사실 아닌 경우도 많지 않나. 나도 아직 장훈이 형을 보면 학을 뗀다. 몇번 사고가 있어서 그런지 정말 꼼꼼하게 대비한다.(웃음) 난 그에 비하면 덜 치밀한 편이다. 이번 공연에서도 패러디 등 코믹한 무대가 많겠다ㅡ 장훈이 형이 브아걸의 '아브라카다브라'를 준비 중이다. 바지도 찢었더라.(웃음) 난 뭘 할 지 조금 더 고민해보기로 했다.(김장훈은 싸이가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를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아직 신혼인데, 집안일 돌볼 시간도 없겠다. 아이들과는 친해졌나 ㅡ 아내가 지속적으로 내 사진, 공연 DVD로 PR을 해둬서, 금방 가까워졌다. 아이들에겐 내가 대형기획사 아이돌 마냥 신인인데 신인이 아닌거지.(웃음) 매우 보수적인 가부장일 것 같다ㅡ 보수적이긴 하다. 그런데 가족의 보호자로서 그런 것이다. 애들 웃기려고 '빤스' 입고 춤도 춰준다. 싸이가 30대, 기성세대, 가장이 됐다. 예전의 날 선 싸이는 사라지나ㅡ 싱어송라이터가 조금 불리한 게 있다. 내가 쓴 것을 내 목소리로 노래하니까 사람들이 가사와 나를 너무 동일시 한다. 작가로서 쓴 허구일 수도 있지 않나. 비판적인 가사에는 늘 '너나 잘해라'라는 말이 따라붙는다.(웃음) 난 그저 희노애락을 담아내고 싶을 뿐이다. 여자 비하 기사, 룸싸롱, 양아치 얘기만 보시고 '싸이의 사상은 뭘까'라고 생각하시는 것 안다. 나는 그냥 다양한 인생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상을 다뤄보자는 생각이다. 이승기의 '내 여자라니까'도 우리 누나가 연하남과 만나는 것을 보고 쓴 거다. 물론 내 위치가 바뀐만큼 소재가 바뀔 수도 있다. 그냥 자연스럽게 하는 거다. 팬들을 의식해서 날 안서있는데 날 선 척 하고, 가족들을 의식해 날 서 있는데 날 안 선 척 하는 것도 웃기다. 난 앞으로도 욕할 일 있으면 욕 하고, 날 설 일 있으면 날 세울 것이다. 새 음반 장르는 뭘까ㅡ 더 파괴적이고, 더 폭발적인 사운드를 만들고 있다. 일레트로니카가 완전히 자리잡은 것 같은데, 사실 나도 오랫동안 일레트로니카를 준비해왔다. 더 정통으로 일레트로니카를 보여드리고 싶기도 하다. 공연을 위한 록 장르도 빠질 수 없다. 사람들이 요즘엔 컴퓨터 스피커로만 음악을 듣는데 너무 아쉽다. 큰 스피커로 들을만한 음악을 만들겠다.
컴백 성적에 대한 부담도 있겠다ㅡ 온라인 차트는 아이돌을 이겨내기 힘들지 않을까. 음악은 다양해졌는데 평가 기준은 너무나 10대 위주다. 열혈팬을 등에 업은 아이돌 스타들이 자꾸 나오니 음원차트도 '3일천하'가 되는 것 같고. 진정한 히트곡이 뭘까 요즘 생각 중이다. 나처럼 20~30대를 타깃으로 한 가수는 어떤 매체에서 신곡을 알려야 효과적일지 고민이다. PSY엔터테인먼트의 대표로서, 후배 양성 계획은 없나ㅡ YG, JYP 옆에서 보면서 공부도 많이 했다. 그런데 만만한 일이 아니더라. 스타를 관리한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나도 나 자신이 관리 안되는데.(웃음) 후배들에게 곡은 줄 수 있어도 매니지먼트는 어려울 것 같다. 이혜린 기자 rinny@asiae.co.kr<ⓒ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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