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상욱 기자] 전일 프랑스의 한 해운사가 모라토리엄(채무지급유예)을 선언했다는 내용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조선주들이 일제히 급락했습니다. 그 해운사가 세계 3위의 대형사라고 하니 그 충격은 더했죠.그러나 실제 상황은 조금 달랐습니다. 세계 3위권의 컨테이너 선사인 프랑스 CMA-CGM은 채권은행들에 채무지급유예를, 프랑스 정부에는 긴급 자금 지원 요청을 고려하고 있다는 정도였습니다.CMA-CGM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내용은 홈페이지에 게재한 게 전부입니다.▲CMA-CGM은 자사의 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해 프랑스, 유럽, 한국 등의 은행들로 이루어진 위원회를 구성하는데 합의▲프랑스 정부도 이러한 계획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며, 정기적인 보고를 받게됨▲CMA-CGM은 지금까지 진행해 왔던 신조선 재계약 협상, 일부 선박의 발주취소 작업을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이어갈 계획임▲합의 도출의 목표 시한은 11월 중순요약해보면 이 정도가 CMA-CGM의 공식적으로 밝힌 현재까지의 상황입니다. 1년간 채무지급유예를 신청했다거나 하는 내용은 전혀 없습니다.일단 투자자 입장에서는 최악의 스토리를 감안해야 합니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나쁜 스토리는 우리 조선사들이 수주했던 선박들의 발주 취소, 계약불이행 등이 되겠죠.이재원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CMA-CGM에 대한 현재 국내 조선소의 수주잔고에 있는 물량은 현대중공업 9척, 대우조선해양 8척, 삼성중공업 5척, 현대미포조선 6척, 한진중공업 3척, 한진-수빅 12척 등 총 43척에 달합니다.이중 2010년 이후에 인도될 예정으로 아직 공사에 착공하지 않았거나 공정이 많이 진행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선박은 총 31척으로 만약 최악의 경우 신조선 발주에 대해 대규모 계약불이행 사태가 발생한다면 미착공 선박이 우선적인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그러나 너무 극단적인 상황까지 고민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대마불사'라는 격언이 있죠. 프랑스 정부든, 채권은행들이든 결코 저렇게 큰 대기업을 그냥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이 애널리스트는 "비슷한 처지에 있었던 CSAV(독), HAPAG-LLOYD(독), ZIM(이스라엘)처럼 이해 관계자들과의 원만한 합의를 통해 유동성 지원을 받는 방향으로 진행되리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이라며 "이 회사들의 경우 대출 만기 연장, 용선료 인하, 신조선 납기연장 등의 합의를 하고, 주주들로부터는 자금지원을 받는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았었다"고 말했습니다.즉 CMA-CGM이 구성한 위원회의 결론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조선소들 입장에서는 대규모 수주취소보다는 납기를 일부 연장해주는 수준에서 마무리될 것이라는 견해입니다.어쨌거나 조선주에 대한 충격은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할 것 같습니다. CMA-CGM이 밝혔듯 11월 중순까지는 인내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정동익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공정이 상당부분 진행된 선박의 경우 발주취소가 쉽지 않고, 선수금 몰취 및 건조선박의 매각 등 조선사가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이 있다"며 "최근 한진중공업의 건조선박 매각시도 등에서 보듯이 선가하락으로 인해 이 경우에도 일정정도의 손실은 불가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또 정 애널리스트는 "세계 3위의 대형선사가 이러한 어려움에 처함에 따라 해운시황 침체지속 시 다른 선사들로 위기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조선주에 대한 센티멘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돼 조선주에 대한 보수적인 접근이 요망된다"고 조언했습니다.황상욱 기자 ooc@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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