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미 '여성스러운 이미지는 편견'(인터뷰①)

[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남상미는 얼마 전 찍은 패션화보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발랄한 소녀의 이미지에서 갑자기 섹시한 이미지로 급선회를 한 것이 대중의 호기심을 유발시킨 것이다. 최근 들어 부쩍 날씬해지고 예뻐진 남상미는 영화 '불신지옥' 개봉을 앞두고 아시아경제신문과 만난 자리에서도 예전과는 다른 성숙미를 드러냈다. 남상미는 화제가 된 화보사진 이야기를 하자 "부끄럽다"며 얼굴을 붉혔다. 한동안은 '섹시'라는 단어 자체를 입에 올리기도 쑥스러웠다며 '선머슴'이라고 자신을 표현했다. "많은 분들이 제게 그런 면도 바라는 것 같아요. 준비를 차근차근 해야죠. 생각도 많이 바뀌어야 하겠고요. 저 자신이 선머슴 같고 보이시하다 보니 처음엔 섹시하다는 말 자체가 너무 부끄러웠는데 나이를 한두살 더 먹고 여자가 돼가면서 조금씩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아요."남상미가 여성스러울 것 같다는 건 편견이라고 그는 말했다. 실제로는 덤벙거리고 개구장이 같으며 털털하고 소박하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섬세하고 꼼꼼한 성격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여성스러운 캐릭터들에 익숙해지면서 성격도 조금씩 변하는 것 같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드라마 '식객'을 마치고 남상미가 선택한 작품은 공포영화 '불신지옥'이다. 극중 신들린 상태에서 실종된 여동생(심은경 분)을 찾아 나서는 희진 역을 맡았다. "기존에 했던 캐릭터가 돌아보면 어디에나 있을 법한 발랄한 여동생 이미지였다면 희진이는 그 모든 조건을 쏙 뺀 아이"라고 남상미는 설명했다. '불신지옥'은 배우 남상미의 '작은 도약'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작품이다. 신경쇠약 직전에 다다를 것 같은 희진의 캐릭터를 제법 잘 소화해냈다. "어색하게 했으면 어떡하나 긴장했다"는 그는 "한 배우에게 관객들이 늘상 바라던 이미지가 아닌 경우 반감이 생기는데 그게 가장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시사회에서 '불신지옥'을 처음 보고나서 남상미는 '나처럼 운 좋은 아이가 또 있을까' 하고 생각했단다. 좋은 환경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작품에 출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좋은 평가까지 받으니 더할나위가 없을 것이다. "제작자이신 고(故) 정승혜 영화사 아침 대표님 덕에 현장이 더 한마음이 돼 단단해지고 굳건해졌어요. 욕심이 있다면 정 대표님 삶의 일부였던 영화사 아침에 좋은 영화로 '불신지옥'이 남았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 좋은 선물이 됐으면 좋겠어요."
'불신지옥'에서 희진은 무척 우울한 표정을 지닌 인물이다. 그도 그럴 것이 어머니와 단둘이 살던 동생은 사라졌고 광신도 같은 어머니는 기도로만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한다. 같은 아파트에 살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죽어나가면서 희진의 혼란함은 극에 달한다. 극이 클라이맥스에 다다르며 희진은 잠시 귀신에 씌인 듯한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남상미가 말하는 원래 희진 캐릭터는 낮에는 학생이지만 밤에는 야간업소에서 일하는 여자로 욕을 입에 달고 사는 거친 인물이었다. 남상미라는 배우 자체가 아직 그만한 것을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싶어 현재의 희진으로 바꿨다고 그는 설명했다. 남상미는 언젠가는 그런 인물도 연기해보고 싶다며 "자연인으로서 좀더 많은 삶의 경험을 쌓고 싶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경험이 많지 않아서인지 다채로운 인생을 살았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배우의 길을 선택할 줄 미리 알았더라면 재미있게 다양하게 살았을 것을' 하고 후회한 적이 있죠. 직접적 경험이 부족하다보니까 간접적인 경험으로 만족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서 표현이 부족하죠. 연기를 시작한 이유로는 더 제한된 생활을 할 수밖에 없잖아요."남상미는 아이러니하게도 제한된 삶의 경험을 연기에서 찾으려고 한다. "현실에서는 가질 수 없는 광범위한 자유를 연기에서 찾을 수 있으니 더 빠져들게 된다"고 그는 말했다. "나도 일탈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도는 해봤죠. 그런데 원래 그런 아이가 아니라서 힘든 것 같아요. 선배들이 술자리에 밤 늦은 시각에 불러서 가보기도 했는데 잘 어울리지 못해서 민폐를 끼치는 것 같더라고요. 성격이 안 맞는 것 같아서 그냥 연기에서 대리만족을 하려고요."쉴 때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연기가 삶이자 취미라는 남상미는 "죽어라 열심히 해서 대중의 만족을 이끌어내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달려가는 중"이라며 자신을 'ing형의 배우'라고 칭했다. 성숙과 연륜이라는 단어를 자주 언급했다. 남상미는 "배우로서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아름다움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스물다섯의 남상미는 이제서야 진정으로 조금씩 아름다워지고 있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사진 이기범 기자 metro83@<ⓒ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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