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부터 한국제품 수입관세 혜택 거부...수입업계 초비상
우리의 관세청에 해당하는 중국 해관총서가 중국에 들여오는 한국산 물건의 원산지 증명서(C/O) 양식에 시비를 걸며 수입업체들에게 특혜관세를 부여하지 않는 일이 발생했다.원래 중국에 들여오는 한국산 수입품은 아시아ㆍ태평양 연안국가간 아ㆍ태 무역협정(APTA)에 의거해 해당 제품의 원산지 증명서 제출시 수입관세 특혜를 받을 수 있다. 국가간 원산지 증명서 양식을 문제삼는 것은 국제적으로 전례가 없고 법적으로도 근거가 없는 일이어서 더욱 충격적이다.10일 무역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0일부터 돌연 중국 세관이 한국에서 발행하는 원산지 증명서 양식에 문제가 있다며 접수를 거부하고 있다. 중국 세관은 수입업체들이 제출하는 원산지 증명서 배경그림에 한반도 외에 중국의 동북3성 지역이 포함돼있어 문서 양식에 문제가 있다며 서류 접수를 거부하고 특혜관세 혜택을 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첫 사례는 지난달 22일 광둥(廣東)성 산토우(汕頭)에서 모 업체가 신청한 한국산 고밀도 폴리에틸렌 통관 심사 도중 발생했다. 중국 세관은 원산지 증명서 접수를 거절하고 관세를 APTA에 의거한 특혜관세가 아닌 이보다 높은 최혜국 관세를 부과할 것을 공지한 후 현 원산지 증명서에 대한 접수 불가를 통보했다.기업들로선 예상치 못한 중국측 행동에 분개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무역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증명서 양식에 아무런 문제를 지적하지 않다가 갑자기 통관을 거부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중국 세관은 지난 3일 공식서한을 기획재정부에 통보했으며 한반도 배경을 뺀 A4용지의 서류를 이달말까지 다시 제출할 경우 세금환급을 해주기로 양국 정부간 합의를 봤다. 하지만 업계는 중국 세관이 관세 환급을 당장 적용하지 않고 추후 관세 부담을 줄여주는 관행을 갖고 있어 피해가 복구되려면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이는 중국 보호무역조치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예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가 갑작스레 특혜관세를 받지 못하게 된 수입업체들의 세금부담이 커진 것은 물론 한국에서 물건을 수입해 중국에서 가공ㆍ판매하는 한국기업들의 경우 자금이 묶이면서 유동성에 비상이 걸렸다.중국 수입업체들도 수입품의 통관이 지연 혹은 보류되면서 수입선 변경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져 영업에 타격을 입는 한국 수출기업들의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사태가 발생하자 양국 정부는 수입업체들이 원산지 증명서 양식을 바꿔서 제출할 경우 중국 세관이 세금을 환급해주는 것으로 합의를 봤으나 실제 중국 당국이 당장 세금환급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른 수입업체당 피해규모는 수백~수천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원산지 증명서를 발급하는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특히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자금이 묶이면서 영업난을 호소하는 사례가 폭주하고 있다"고 말했다.중국 한국상회는 이와 관련해 조만간 업체 간담회를 열 계획이다. 반면 주중 한국대사관 담당자는 "정확한 사태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답변을 회피했다.한편 이번 사태는 중국의 민감하고 강경한 민족역사관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하다. 최근 세관에 중화사상에 입각한 역사의식을 갖고 있는 엘리트층 자녀들의 입사가 늘면서 이번 사태가 이들이 한국의 원산지 증명서 양식에 이의를 제기한 것에서 비롯됐다는 소문도 있다.이번 사태가 중국 당국이 재정수입을 늘리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 당국은 중국에서 영업 중인 전세계 다국적기업을 대상으로 해외 특수관계자와 거래하면서 적용하는 이전가격에 대한 조사에 들어가는 등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중국 정부는 기업실적 부진에 따라 기업세는 감소하는 반면 경기부양책에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면서 재정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예산 확보가 시급한 중국 정부는 사실상 한통속인 중국 국영기업들보다는 다국적기업들을 타깃으로 세금부과를 늘릴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실제로 베이징 세무당국은 지난 3월 40여개 다국적 기업을 선정해 세무조사를 통보, 실시하고 있다.김동환 베이징특파원 don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김동환 베이징특파원 donkim@asiae.co.kr<ⓒ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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