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제일기획 자료 근거로 '화질' 강조..LG, 닐슨 자료 내세워 '가격' 역설
삼성 신종균 부사장(왼쪽)과 LG 안승권 사장(오른쪽).
"화질이 먼저다."(삼성전자 신종균 부사장) VS "가격이 우선이다."(LG전자 안승권 사장)
와 가 소비자들의 휴대폰 구매 패턴에 대해 상반된 주장을 펼치면서 날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화질이냐 가격이냐를 놓고 펼쳐지는 열띤 신경전은 양사가 지향하는 휴대폰 개발 철학과 맞물리면서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6월15일 3.1인치 WVGA 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를 탑재한 '제트'(S8000)를 공개한데 이어 30일에는 3.5인치 WVGA AMOLED를 채택한 '햅틱 아몰레드'를 출시했다. 삼성이 이처럼 '보는 휴대폰'에 집중하는 이유는 음성 통화보다는 보고 즐기는 목적으로 휴대폰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일기획 커뮤니케이션 연구소가 10∼30대 국내 휴대폰 사용자 4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휴대폰 이용시간이 100일 때 통화기능에 이용되는 시간의 비중은 20.3%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메시지, 게임, DMB 등 '보고 즐기는' 멀티미디어 기능에 대한 사용 비중은 60%로 통화 기능의 3배에 달했다.
삼성은 이 자료를 근거로 '보는 휴대폰' 시대의 개막과 함께 AMOLED 휴대폰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삼성전자 신종균 무선사업부문장(부사장)은 "휴대폰이 음성통화에서 멀티미디어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며 "화질과 액정 등의 기술로 시장을 주도해가겠다"고 밝혔다.
반면 LG전자는 '가격'이 휴대폰 구매 조건의 1순위임을 역설하고 있다. LG전자 안승권 사장은 지난 6월11일 아레나폰 출시 간담회에서 닐슨 자료를 인용해 "가격이 고객들이 고려하는 첫번째 가치"라고 강조했다.
닐슨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휴대폰을 구매할 때 고려하는 것은 가격이 21%, 디자인이 14%, 브랜드와 사용자 환경(UI)이 각각 12%를 기록했다. 반면 화면은 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안승권 사장은 "UI는 해마다 관심도가 높아가는 반면 화면은 정체 상태에 있다"면서 LG전자가 UI에 집중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LG전자가 하반기 전략폰으로 내세우는 아레나폰의 경우도 3D UI와 LCD를 탑재하는 등 삼성과 확연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안 사장은 "LCD 기술이 발전해 AMOLED와의 기술격차가 줄어든 데다 AMOLED는 부품값이 비싸 단말기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1~2년 후에나 AMOLED를 상용화할 계획임을 내비쳤다.
이처럼 엇갈리는 구매 포인트에 대해 삼성과 LG전자는 저마다 자신들의 자료가 정확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삼성측은 "LG전자의 자료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만큼 프리미엄 시장의 소비 패턴을 정확히 분석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 LG전자는 "어느 나라 소비자들도 가격에 민감하지 않은 소비자는 없다"며 삼성 자료에 의문을 제기했다.
업계는 삼성과 LG전자가 전혀 다른 자료를 근거로 소비 패턴을 해석하고 있어 양사간 휴대폰 전략은 당분간 '화질 대 가격'으로 크게 엇갈려 추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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