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올해 3월 17일. 미국 국방부는 비밀리에 글로벌 경제전쟁에 대비한 가상 워게임(war game)을 실시했다. 전쟁에 뛰어든 전사(戰士)들은 헤지펀드 매니저, 투자은행 경영진, 경제학자 등이었다. 결과는 중국의 완승. 미국과 러시아가 서로를 끊임없이 견제하며 소모전을 펼쳤고, 중국이 그 사이를 틈타 경제적 지위가 급상승한 것이다.
#2 "금융에서도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를 육성해야한다."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최근 강조하고 있는 '글로벌플레이어론'이다. 지난 수개월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경제에 부족했던 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금융권에서도 세계적흐름을 주도할 수 있는 회사를 길러내야한다는 것이다. 글로벌플레이어가 있으면 다양한 외화조달 방법이 가능하고, 정보네트워크와 국제금융시장의 룰(rule) 세팅에서도 대등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정치적 국경은 있어도 경제적 국경은 없다. 글로벌 경제위기는 끝나지 않았지만. 위기 이후 시장 재편에 대비하는 총성없는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일본 노무라홀딩스는 작년 9월 파산보호 신청을 한 리먼브러더스의 유럽·아시아 사업부를 인수하며 미국 심장부로 파고들었고, 중국도 2조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고를 무기로 경제위기로 쏟아져 나온 매물 사냥에 나서며 '팍스시니카'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동안 주춤했던 국내금융사들의 해외진출도 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시장에서 발생하는 수익만으로는 안정적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위기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 재편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캄보디아 크메르유니온뱅크 지분 51%를 인수해 'KB캄보디아은행'을 열었다. KB캄보디아은행은 대한전선·경안전선·포스코건설 등 국내 기업들이 작년 7월 공동 출자해 설립한 곳으로, 국민은행은 지분을 전액 원화로 지급해 인수했다. 국민은행은 향후 프놈펜과 캄보디아 제2도시 시엠립에도 영업점을 추가 개설해 현지 영업을 확대, 동남아시아 진출의 거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인수는 강정원 행장이 그동안 강조해온 '금융 트라이앵글'(동남아시아·독립국가연합(CIS)·중국을 연결하는 해외망 구축)의 일환이다. 국민은행은 또 현재 30.5%를 확보하고 있는 카자흐스탄의 뱅크센터크레딧(BCC) 지분도 추가 매입한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최근 일본 금융청으로부터 일본 현지법인 설립을 위한 예비인가를 받고, 향후 본인가를 거쳐 올해 3분기 중에 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일본은 다른 국가와 달리 내각총리 대신의 허가를 받아야할 만큼 외국계 금융사의 진출이 엄격하다. 일본내에서 현지법인으로 영업하는 외국계은행은 씨티은행이 유일하기 때문에 아시아은행으로는 최초 사례가 된다.
신한은행은 또 카자흐스탄에도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작년 1월 설립 인가를 받아놓고도 리먼브러더스 사태 등 세계 금융위기로 설립시기를 연기하다가 법인설립을 한 상태다.
중국 현지법인 전환을 위한 본인가를 취득한 기업은행도 다음주 청도에 법인을 오픈해 국내 중소기업의 중국 진출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기업은행은 이번 현지법인 인가로 기존 중국내 5개지점(천진ㆍ청도ㆍ심양ㆍ연대ㆍ소주)에서 제한됐던 인민폐 소매업무 등을 확대하면서, 중국에 진출하는 국내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옵션'을 추가할 수 있게 됐다.
민영화를 앞두고 있는 산업은행은 위기극복 이후 금융수출의 견인차가 되겠다는 목표를 밝히고 있다. 프로젝트파이낸스(PF)·기업금융·사모펀드·구조조정업무 등 기존에 경쟁력을 확보한 분야를 중심으로 아시아 시장에 진출한 뒤, 향후 런던ㆍ뉴욕 등 세계금융의 중심지로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4개 해외법인과 13개 해외사무소를 가지고 있는 수출입은행은 맞춤형ㆍ패키지형으로 국내기업의 해외진출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전통적인 수출입거래는 물론 프로젝트파이낸스(PF)ㆍ스트럭쳐 파이낸스(SF)ㆍ인수합병(M&A) 등 다양한 대외거래방식에 맞춤형 금융을 제공하고, 플랜트ㆍ조선 등 대규모 프로젝트는 대출과 보증을 결합한 패키지형 금융을 제공키로 했다.
보험권의 해외진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화재는 지난 4월 싱가포르에 사무소를
개설했다. 이 사무소는 현지 보험시장조사를 통한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하고 동남아지역에 거점을 두고 있는 해외보험사 등과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삼성화재는 인도ㆍ브라질 사무소도 곧 오픈할 예정이다.
박수익 기자 si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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