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영업은 당연히 단속을 해야죠. 그러나 이 때문에 합법적으로 운영하는 업소들까지 피해를 입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
지난 14일 밤 서울 강남 선릉역 부근. 휘황찬란한 빛을 발하던 간판중 절반 이상이 꺼져 있어 을씨년스런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근처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A씨는 "매상 또한 평소 30%에도 못미치는데 날씨까지 더워지면서 다음달부터 임시휴업에 들어갈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불황에다 최근 정부의 유흥업소 단속이 강화되면서 '불야성'을 이뤘던 강남 유흥가 일대가 썰렁하다. 눈이 부실정도로 현란한 빛을 내뿜던 네온사인도 군데군데만 불이 켜져 있다.
극심한 경기불황에다 무더위가 빨라지는데다 최근 정부의 유흥업소 단속 강화까지 겹치면서 '불야성'을 이루던 강남 유흥가 일대의 불이 하나 둘씩 꺼지고 있다.
또다른 유흥업소 종사자 B씨는 "이번 단속이 유흥업소에 전반적인 악영향을 미치면서 오히려 오피스텔 등을 빌려 불법 영업을 하는 신종 유흥업소가 더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최근 관광호텔 등 숙박업소와 오피스텔을 빌려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 위반)로 성매매알선업소 업주와 성매매여성 등 119명을 검거한 바 있다.
성매매 단속 강화 유흥업소 곳곳 피해
불황·무더위까지 3중고 휴·페업 잇따라
대표적인 유흥업소 밀집지역인 서울 북창동도 사정은 마찬가지. 20년 넘게 유흥업소에서 일을 해왔다는 C씨는 "가족들의 생계 유지를 위해 하는수 없이 밤업소에서 일을 해왔으나 이제는 다른 일을 알아 보고 있다"며 "앞으로 유흥업소 경기는 쉽게 되살아 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휴폐업 업소도 속출하고 있다.
테헤란로에서 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D씨는 "과거에는 불황이 아무리 심해도 되는 업소는 그런대로 장사가 됐다"면서 "많은 가게들이 권리금을 포기한채 가게를 내놓고 있지만 가게를 둘러보러 오는 사람조차 없다"며 침울한 분위기를 전했다.
상황이 이러자 최근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는 지난 13일 경찰에 호소문까지 전달했다. 오호석 유흥음식업중앙회장은 "그동안 경찰의 불법 영업 집중단속이 여러차례 있었지만 호소문을 전달할 만큼 피해가 심각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자체 집계 결과 현재 휴ㆍ폐업률이 40%를 넘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유흥업소에 찬 바람이 불면서 위스키 업계 또한 매출급감에 울상을 짓고 있다. 경기불황에다 원자재가 상승, 환율 급등이라는 삼중고에 이어 청와대 행정관 성접대 파문 이후 시작된 '성매매와의 전쟁' 여파로 위스키 소비량이 두 자릿수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주류공업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위스키 소비량은 59만8042상자(1상자=500㎖*18병)로 전년에 비해 14.6% 줄었으며 올들어 5월까지의 판매 실적은 전년 대비 15% 정도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위스키업계 관계자는 "유흥업소 매출 감소로 위스키 판매량이 크게 줄었다"라며 "바(Bar)나 카페 등으로 판매망을 다양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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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팀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유통팀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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