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②]송강호 '가장 영화적인 영화 보게 될 것'(인터뷰)

[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첫 멜로, 부담스럽기보다는 설렌다" 송강호와의 인터뷰가 이뤄진 것은 영화 '박쥐'와 같은 날 개봉 예정인 '인사동 스캔들'의 언론시사가 끝난 직후였다. 자연스레 대화는 경쟁작에 관한 것으로 시작됐다. 이틀 전 '7급 공무원'(23일 개봉) 언론시사가 치러진 뒤라 비슷한 시기에 맞붙는 한국영화들에 대한 송강호의 궁금증은 클 수밖에 없었다. 걱정이라기보다는 기대에 가까웠다. 작품성과 흥행성에서 관객에게 최고의 믿음을 주는 충무로 제일의 배우답게 송강호는 "어려운 시기가 지나고 올해부터는 좋은 한국영화들이 믿음과 신뢰를 회복하게 될 것"이라는 바람을 전했다. '좋은한국영화'에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끼어있음은 당연한 일이다. 송강호는 '박쥐' 시나리오를 처음 읽은 소감을 "빈틈 없이 완벽하고 치밀한 구성을 가진 시나리오였다"고 말했다. ◆ '박쥐', 첫 번째 멜로영화-첫 번째 베드신 도전 "10년 전 '공동경비구역 JSA' 촬영 때 '박쥐'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죠. 문화적으로 당황스러웠어요. 그 당시 우리나라 영화산업 토양에선 절대 그런 걸 받아들일 수 없었으니까요. 저더러 같이 만들자고 출연 제의를 했을 때 아무 말도 못하고 가만히 듣고만 있었죠. 그러다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촬영 중이던 중국 둔황에서 팩스로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어요. 박찬욱 감독은 영국 에딘버러영화제에 참석 중이었고요. 제가 박 감독에게 했던 첫 마디가 '완벽한 구성을 가진 영화'라는 것이었어요." 송강호는 '박쥐'에서 정체 불명의 피를 수혈받은 뒤 뱀파이어가 되는 가톨릭 신부 상현 역을 맡았다. 친구(신하균 분)의 아내 태주(김옥빈 분)와 격정적인 사랑에 빠져 '남편을 죽이자'는 제안을 받고 번민에 빠진다. 뱀파이어가 주인공이지만 호러영화가 아닌 치정 멜로영화다. 송강호로서는 영화 '밀양'에서 지켜만 보는 사랑을 하던 것을 제외하면 첫 번째 정통 멜로영화인 셈이다. "창의적이고 도발적인 작품에 출연한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 제게 일종의 도전입니다. 저로서는 멜로드라마의 농밀한 감정을 연기하는 게 처음이었어요. 영화에는 베드신도 있고 어려운 촬영도 많았죠. 영화 촬영을 마치고 이런 작품에 출연할 수 있다는 게 너무나 행복한 일이었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 "정말 영화다운 영화 감상할 수 있을 것" '박쥐'의 뱀파이어는 사람에게 공포를 주는 장르적 기능만을 하는 캐릭터가 아니다. 날카로운 송곳니로 목을 물어뜯고 십자가와 마늘을 무서워하는 전형적인 뱀파이어와는 거리가 멀다. 상현은 성직자라는 정체성과 선악의 경계선, 열정과 욕망에 대한 탐닉 속에서 갈등하고 고뇌하는 인물이다. 송강호는 "'박쥐'를 통해 사랑, 죄의식, 공포, 시샘, 질투, 증오 등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거의 모든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멜로영화에서 첫 연기를 마친 송강호는 "기존의 전형적 멜로드라마와는 문법이 다르지만 사랑이라는 절박함과 절실함, 순수함은 너무나 사실적으로 표현된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어 "사제와 유부녀라는 입장 때문에 감정의 진폭이 매우 크다"며 "때론 감미롭다가도 격정적인 면이 동시에 드러나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많이 신경 썼다. 부담스럽기보다는 설렌다"고 첫 멜로 연기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송강호는 마지막으로 "'박쥐'라는 영화를 보고 극장 문을 나설 때 정말 영화다운 영화 한 편 감상했다는 느낌이 들기를 바란다"며 "도저히 TV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고 영화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수많은 영화 중 가장 영화적인 영화라는 느낌일 것 같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그는 "종교인이 아닌 사람이 보더라도 구원이라는 존재, 사랑이라는 존재가 과연 어떤 의미일까 하는 생각이 들 것 같다. 그래서 더 풍요로운 영화가 될 것 같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치면서 장난스럽게 주먹을 불끈 쥔 채 '풍요'를 크게 외쳤다. 풍요로운 영화 '박쥐'는 30일 관객들과 직접 대면한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사진 박성기 기자 musictok@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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