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 연기, 해외 학술지·실습 기자재 구입중단
11년만에 최고치로 뛰어 오른 환율 탓에 대학들도 몸살을 앓고 있다.
교환학생으로 예정됐던 학생들이 교환학생을 연기하고 복학하는가 하면 해외 학술지와 실습 기자재의 구입이 일시적으로 중단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새학기 개강일인 2일 각 대학에는 미국와 일본 대학의 교환학생으로 갈 예정이었던 학생들이 교환학생을 연기하거나 아직 한 학기가 남은 학생들이 일찍 복학한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대학생 김모 (23·여) 씨는 "도쿄에 있는 대학의 교환학생으로 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생활비도 마련했지만 환율이 진정되지 않고 계속 올라서 결국 보류하고 학교에 복귀했다"고 토로했다.
미국에서 영어를 배운 후 1년간 인턴으로 일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관심을 끌었던 대학생 연수취업(WESTㆍWork, English Study and Travel) 프로그램도 환율 인상으로 인해 참가를 포기하는 학생들이 나타나 당초 인원이었던 300명보다 30% 가량 줄어든 190명으로 최종 확정됐다.
고환율은 해외로 나가려는 학생만 붙잡는 것이 아니다. 대학 운영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실험 기자재의 구입이 유보되고 해외 공동 연구비 지출이 예상보다 커지면서 연구에 부담이 되고 있다.
이공계열 실험·실습에 필요한 기자재들은 대부분 미국에서 들여오기 때문에 서강대를 비롯한 몇몇 대학들은 환율이 진정될 때까지 일시적으로 기자재 구입을 유보하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실험 기자재는 대부분 고가이기 때문에 현재 환율로 구입하면 환차손이 크다"며 "연구·교육 일정이 잡혀있기 때문에 계속 유보할 수도 없지만 일단은 환율이 떨어지기를 지켜볼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서울대 중앙도서관의 경우 지난 1월부터 일부 해외학술 월간지의 구독이 끊겼다. 환율 급등으로 인한 예산절감 차원인데 새학기가 시작하는 3월부터는 다시 구입할 계획이었지만 환율이 더 오르면서 정기 구독 해외학술지의 조정이 불가피할 계획이다.
해외 공동연구비용과 외국인 교수 임용도 환율의 부담이 크다.
연구비 지급계약을 맺을 때 달러를 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 원.달러 환율이 1년전 950원대에서 1500원대로 오르면서 계약당시 보다 50% 이상의 연구비를 더 지급해야 하는 실정이다.
외국인 교수의 경우 원화기준 연봉은 문제가 없지만 최근들어 외국인 교수들이 달러 기준의 연봉계약을 요구하면서 원화 기준 대학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대를 비롯한 몇몇 대학들은 추가 재정 부담을 감수하고 달러기준으로 연봉 계약을 바꿀 계획이다.
대학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최고의 환율 때문에 곳곳에서 추가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며 "앞으로도 환율이 언제 진정될 지 모른다는 사실이 계획적인 재정 운영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보경 기자 bk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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