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제약 창업주 김승호 회장(78)의 맏딸 김은선 씨(50, 사진)가 보령제약의 새 사령탑 자리에 오르면서 수년째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이 회사에 구원투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보령제약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보령제약에 회장 직위를 신설하고, 이에 김승호 회장의 장녀 김은선 씨를 임명했다.
김은선 회장은 그간 7개 계열사를 거느린 보령제약그룹의 부회장으로 김승호 회장을 보필해 왔다. 일찌감치 자신이 승계하기로 정해진 보령제약 경영에 깊이 관여해 왔지만 실제 보령제약에 적(籍)을 두지는 않았다.
때문에 이번 인사는 김승호 회장이 곁에 두고 경영 예행연습을 시키던 맏딸을 공식적인 '현장 책임자'로 내보냄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김승호 회장이 일선에서 은퇴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게 아니므로 경영권의 완전한 '승계'나 '독립'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보령제약 측은 설명했다.
◆보령제약 대표이사 취임 수순 밟을 듯
김은선 회장은 보령제약 지분의 29% 보유한 ㈜보령의 최대주주(45%)로, 그가 보령제약을 지배하는 구조는 이미 완성돼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실체도 없는 '보령제약그룹'의 부회장이란 상징적인 자리에 머물렀기 때문에 사실 경영상 책임을 지는 역할은 아니었다.
즉 대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하는 위치에서 이제는 경영진으로서의 '책임'에 무게가 쏠리게 된 셈이다.
보령제약측은 이번 인사의 의미와 배경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업계는 2월 이사회를 통해 김은선 회장을 보령제약 대표이사에 선임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렇게 되면 보령제약은 김광호 대표이사(전문경영인)와 김은선 회장의 투톱 경영체제가 된다.
일각에서는 김승호 회장이 수 년 내로 경영에서 물러날 의사가 없음을 고려할 때 맏딸에게 중책을 맡긴 시점이 예상보다 꽤 이르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는 2005년부터 보령제약 경영을 맡아온 김광호 대표이사의 성적표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김 회장이 서둘러 맏딸을 투입하기로 결정한 것 아니냐는 시각에서 출발하고 있다.
김광호 대표는 취임 첫 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최근까지도 업계 성장률을 밑도는 성적표를 보여 왔다.
한편 김은선 회장은 현재 그룹 계열사인 킴스컴(광고대행사)과 비알네트컴(IT업종) 대표를 맡고 있으나 두 회사는 그룹 주력업종이 아니어서 보령제약 회장 선임은 사실상 그의 CEO 데뷔인 셈이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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