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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컴퓨터용 수성싸인펜의 비밀
최종수정 2019.02.11 16:45기사입력 2019.02.11 06:30
컴퓨터용 싸인펜과 OMR 용지.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대입 수능이나 각종 자격증 시험을 칠 때 컴퓨터용 싸인펜을 준비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 중 하나입니다. 요즘은 각종 시험 뿐 아니라 다양한 설문조사나 복권을 구매할 때도 꼭 '컴퓨터용'이라고 표기된 싸인펜을 사용합니다. 'OMR(광학 마크 판독기, Optical mark reader) 용지'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OMR은 종이에 기록된 글자나 숫자, 기호 등의 데이터를 기계가 직접 읽도록 하는 광학적 기호 판독장치입니다. OMR은 1938년 IBM에서 개발했고, 1950년대부터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OMR 용지를 판독기에 넣으면 판독기가 종이에 빛을 비춥니다. 그러면 컴퓨터용 싸인펜으로 검게 칠한 부분은 빛을 흡수하고 나머지 부분은 빛을 반사합니다. 이 반사된 빛을 전기신호로 변환시켜 용지를 해석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항상 OMR 용지를 작성할 때 컴퓨터용 싸인펜을 사용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요? 컴퓨터용 싸인펜이라 뭔가 특수한 약품이 함유된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일반 검은색 싸인펜과 잉크가 다릅니다.

일반 검은색 싸인펜은 눈에는 검은색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러 가지 색의 잉크가 섞여 있습니다. 그래서 OMR 용지에 검은색 싸인펜으로 마킹을 하면 판독기가 인식을 하지 못합니다.


혼합물을 분리하는 기법인 크로마토그래피(Chromatography)로 검은색 싸인펜의 잉크를 살펴보면, 검은색과 함께 빨강색, 파란색, 초록색 등 다채로운 색이 관찰됩니다. 반면, 컴퓨터용 싸인펜은 검은 탄소 성분으로만 잉크가 구성돼 검은색과 검은색에서 약간 물이 빠진 회색만 나타납니다.


다시 말하면, 일반 싸인펜은 판독기가 완전히 검은색으로 인식하지 않아 빛을 전부 흡수하지 않아 오류가 날 수 있지만 컴퓨터용 싸인펜의 검은 잉크는 빛을 모두 흡수해 명확히 인식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컴퓨터용 싸인펜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70년도 입니다. 그 이전에는 B나 2B 심을 쓰는 연필로 마킹했습니다. 지금도 OMR 용지에 연필로 마킹하면 판독이 됩니다. 그러나 빛 흡수율이 높고 탄소 성분이 많지만 용지를 겹쳐 보관하면 번질 위험이 높습니다.

토익 시험은 연필로 답안지를 작성하는데 다른 시험들은 컴퓨터용 싸인펜으로 답안지를 작성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그래도 토익(TOEIC) 시험을 볼 때는 꼭 연필로 마킹하게 하지요. 왜 그럴까요? 답안지 때문입니다. 답안지의 용지가 수능이나 다른 시험의 용지와 달리 너무 얇고 특수한 재질로 만들어져 컴퓨터용 싸인펜의 잉크가 오히려 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OMR의 판독률을 높이기 위해 이미지 스캐닝 방식도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채점 등에 오류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OMR 용지의 판독이 끝난 뒤 용지를 다시 한 번 이미지 스캐닝하기 때문에 판독기에서 설사 오류가 있었다고 해도 다시 잡을 수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중요한 사실 하나는 컴퓨터용 싸인펜은 어디서나 글씨가 잘 써진다는 사실입니다. 시험칠 때 새로 사서 그 외 쓰임새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은 종이 외에도 유리나 금속 등 어디에나 글씨가 잘 써집니다.


국내 제품 중에 'AUDENA'라는 컴퓨터용 싸인펜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데 우리말로 읽으면 '어데나'가 됩니다. 어디든 잘 써진다는 의미로 출시된 제품인데 처음부터 컴퓨터용으로 생산된 것은 아닙니다. 일반 싸인펜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만들었는데 OMR 판독률이 월등히 높게 나오자 OMR 전용이 됐다고 합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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