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인터뷰] AV배우 백세리 - 초등학교 교사, 성인영화 배우가 된 이유는?

초등학교 교사에서 AV 배우로, 최근 현장 스태프와 불거진 성추행 재판에서 승소한 여성으로. 늘 당당한 그녀에게서 듣는 담담하지만 놀라운 ‘성인영화계’ 이야기

최종수정 2018.09.21 07:48기사입력 2018.09.20 19:53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최종화 PD] 모두가 선망하는 교사라는 직업을 버리고, 자신만의 과감한 커리어를 쌓고 있는 배우가 있다. 자신을 당당하게 ‘AV배우’라고 소개하는 백세리는 2012년 데뷔 이래 30편 이상의 성인 영화에 출연한 업계 베테랑으로, 매니아들 사이에선 다작 배우로도 명성이 높다. 지난해 돌연 은퇴 선언 후 작품 활동이 없던 그녀는 긴 휴식기 동안 힘든 싸움을 했노라고 털어놓는다. 교사에서 AV배우로, 그리고 촬영현장에서 PD에게 당한 불미스러운 일로 ‘미투’ 당사자가 된 배우 백세리를 ‘금지된 인터뷰’가 만나보았다.

- 교사라는 선망의 직업을 그만두고 AV배우가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배우 백세리 : 학창시절 공부를 굉장히 잘하는 학생이었어요. (웃음) 전교 1등은 가끔, 반에서 1등은 놓치지 않는 우등생이었죠. 직업적 안정성을 생각해서 교대 진학을 선택했고, 졸업 후 교사 생활을 했는데 안정성보다 관료제에서 오는 압박감이 너무 크게 느껴졌어요. 숨통을 조이는 느낌?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기분으로 직장생활을 억지로 견뎌냈죠. 그때 목표를 세웠어요. 일정 금액을 모으면 교사를 그만두기로. 차근차근 월급을 모아 목표를 이뤘을 때 과감하게 그만뒀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부동산 사기를 당했고, 그때 모은 돈은 전부 날려버렸어요. 생활고로 어려움을 겪던 시기에 우연히 성인배우 모집 글을 보게 됐고, 돈을 많이 번다고 하기에 AV계에 입문하게 됐습니다. 결국 돈 때문에 직업을 택한 셈이죠.

- AV배우 라는 직업을 갖기 전, 이쪽 업계에 평소에도 특별히 관심을 가졌었나요?

배우 백세리 : 전 남자친구가 굉장한 야동 중독자였어요. 그래서 한 번 그 친구가 보는 영상을 제가 몰래 보게 됐죠. 처음 봤을 땐 그 수위나, 여러 묘사가 충격적이었어요. 이런 영상 찍는 배우들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 같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죠. 그런데 거부감이 들진 않았고, “아, 이런 게 있구나” 하는, 어떤 새로운 발견을 한 기분이 들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부터 자연히 관심이 좀 생겼던 것 같아요.

그녀는 교대 졸업 후 초등교사로 임용 됐지만,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처럼 늘 괴로웠다고 말한다.

- ‘돈을 많이 번다’고 해서 AV배우가 되셨다고 했는데, 실제 수입을 교사 때와 비교해본다면 ?

배우 백세리 : 사실 AV배우 활동만으론 수입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 제가 교사 시절 첫 호봉이 월급 200만원 정도였는데, 처음 데뷔했을 땐 그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죠. 오히려 저는 배우 활동보다 BJ 활동으로 수입이 훨씬 많았어요. AV배우, BJ, 누드모델로 활동하다 보니 궤도에 오른 후엔 교사 시절보다 10배 정도 많이 벌게 됐습니다.

- 업계에서 꾸준히 활동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고, 또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배우 백세리 : AV배우가 되려면 일단 여자는 가슴이 무조건 커야 돼요. 그래야 캐스팅이 잘되거든요. (웃음) 저는 원래 A컵, 그것도 텅 빈 A컵이었어요. 그래서 일 시작하고 돈을 모아서 제일 먼저 한 게 가슴 수술이에요. 한쪽당 260mL씩 넣었는데, 저는 사실 제 가슴이 맘에 들었거든요. 하지만 AV배우로 활동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수술을 감행했죠. 사실 지금은 좀 빼고 싶어요. 너무 무거워서. 수술 다음으론 제가 찍은 영상, 영화를 빼놓지 않고 다 챙겨 봐요. 직접 결제하고 다시 돌려보면서 이런 부분은 잘했고, 이런 부분은 아쉽고, 고쳐야 할 점을 찾아보고 댓글이나 반응도 꼼꼼히 살펴보죠. 아, 그리고 야한 영화는 일부러 찾아보고 영감을 얻거나 이런 부분은 내가 들어가는 작품 캐릭터에 도입해도 괜찮겠다 하는 부분을 연구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 연기하는 배우이자 여성 입장에서, 남성향 콘텐츠인 성인영화 시나리오는 어떻게 보셨나요?

배우 백세리 : 대부분 납득이 안 가죠. 등장인물들이 만나기만 하면, 말도 안 되는, 스물 몇 살 차이 나는 친구 아들과 갑자기 관계를 갖고 하는… 솔직히 납득 안가는 시나리오가 많지만, 업계에서 시나리오를 고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납득하려고 노력해요. 배우가 자신의 배역을 선택하는 일은 AV업계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오히려 일이 들어오면 “감사합니다, 감독님” “무조건 열심히 잘 할게요” 하는 편이죠. 또 배우 개인의 시나리오 이해도와 무관하게, 남성의 판타지가 반영된 대본들이기 때문에 여자 배우 입장에선 능동적으로 연기를 해야만 하고, 스스로 납득했다 주문을 걸고 연기를 하는 거예요. 이해하려고 하면 안 돼요. 받아들이고 열심히 해야죠.

백세리가 출연한 영화 '가족의 재구성' 의 스틸컷.

- 성인영화 업계가 굉장히 좁게 형성되고, 배우·감독·시나리오가 반복되는 현상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배우 백세리 : 대한민국에서 본인이 노출을 하는 성인배우라는 사실을 쉬쉬하거나, 주변에 알리지 않고 굉장히 부끄러워하는 분들이 많아요. 이런 인식의 배경엔 출연료가 적은 것도 일조했을 거고요. 한국 사회는 성적 이미지를 강조하는 여배우에 대해 ‘걸레’ 또는 ‘창녀’ 등의 수식어를 붙이고 안 좋은 시선으로 보는 분들이 많은 곳이니까. 여배우들 스스로도 그런 사회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자신의 직업을 드러내는 것에 있어 부끄러워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죠. 그런 면에서 저는 업계 배우분들 중에 이채담씨가 굉장히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해요. 그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 업계 원탑인데, 스스로 업계 원탑임을 어필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존경스럽죠. 이채담씨 같은 자기 일에 당당한 배우가 많이 나와 줘야 한국 성인영화계도 앞으로 발전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AV배우는 출연하면 할수록 ‘작품이 커리어가 되는 게 아니라 손해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맥락에서 나온 말인가요?

배우 백세리 : 성인영화 소비자 대부분은 영상을 보고 자위행위를 하는 분들이 많으세요. 그런 면에서 여배우는 성인물에 있어서는 철저히 소모품이죠. 그렇기 때문에 다작을 할수록 점점 ‘퇴물’ 취급을 받고 배우로서의 값어치가 떨어지게 되거든요. 신인 여배우일수록 몸값이 높을 수밖에 없고, 특히 투자자 입장에선 한 번도 벗지 않은 새로운 여배우를 선호하니까. 이때 배우의 연기력은 중요하지 않아요. 오직 비주얼, 몸매에 대한 평가가 절대 기준이 되죠. 이게 현실이고요. 어쨌든 노출을 할수록 배우의 이미지는 그만큼 소모되기 마련인데, 그럼에도 이를 받아들이고 능동적으로 연기를 하는 게 배우가 아닐까 생각해요. 업계의 구조를 바꿀 수 없다면, 그리고 제 경우엔 이미 많이 찍었으니까. 새롭게 입문하는 신인 여배우들이 좀 더 잘될 수 있게 밀어주는 게 맞다고 보고, 또 업계가 잘 되려면 괜찮은 신인 여배우들이 많이 들어오셔야죠. 그 때 저는 자연스럽게 단역이나 조연으로 밀려나겠지만, 제게 배역이 들어오는 데까지는 연기자로서의 마인드를 갖고 임할 겁니다.

백세리는 커리어가 많아질 수록 조·단역으로 밀려나는 현실이 슬프지만은 않으며, 더 새롭고 도전적인 신인 여배우들을 통해 성인영화계가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 갑작스러운 은퇴 후 2년여 만에 복귀를 결심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배우 백세리 : 2015년 봄, 촬영장에서 영상 PD가 제게 다가와선 “세리야 여기 뭐가 묻었네?” 하면서 제 가슴을 두 번이나 만진 사건이 있었어요. 당시에는 놀라서 벙쪄 있다가 집에 돌아와 곰곰이 생각해보니 계획적인 추행이었습니다. 카메라가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 제 몸을 자신의 몸을 완벽히 가린 상태에서 이뤄진 범행이었으니까요. 그러다 우연히 다른 여배우들의 피해 사실을 듣게 됐어요. 같은 PD에게 훨씬 더 높은 수위의 추행을 당했다고. 그때 가해자에게 녹음 버튼을 누르고 전화를 걸어 당시 사건에 대한 본인의 진술, 사과를 다 받았어요. 처음엔 가해자도 “나도 그게 마음에 걸렸다. 이렇게 전화 줘서 고맙고,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게 진심에서 우러난 사과가 아니라, 자기가 회사에서 잘릴까봐 면피용으로 하는 사과로 느껴졌죠. 통화 후 증거를 추가로 확보한 다음에 고발했어요. 재판정에 가니 가해자는 끝까지 부인하더군요. 저는 그때마다 증거, 다른 피해자들의 증언을 추가로 제출했고, 2년간의 지난한 형사 재판 끝에 승소했습니다. 결국 가해자는 본인이 있던 회사에서 쫓겨났는데, 나중에 보니 본인이 영화사를 차리고 더 활발하게 활동하는 거예요. 저는 그 사람 때문에 은퇴할 수밖에 없었고, 소송에만 매달리느라 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고통스러웠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제가 은퇴할 이유가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복귀를 하게 됐습니다.

- AV배우 백세리와 일반인 백세리가 남자를 보는 관점은 어떻게 다른가요?

배우 백세리 : 제가 고3 때 자궁에 물혹이 생겨 큰 수술을 받는 과정에서 난소 한 쪽을 제거해야 했어요. 그 뒤로 저는 성욕이 없어진 게 아닐까 생각하는데, 영화 속 제 캐릭터는 밝히는 색녀 이미지가 대부분이지만, 현실에서의 저는 무성애자에 가까워요. 남자와 관계를 하면서 느껴본 적이 없고, 오히려 혼자 할 때 많이 느끼죠. 하지만 배우로선 프로의식을 갖고 느끼는 순간을 최대한 연기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AV배우로서 대중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배우 백세리 : 사실 제가 다작을 했기 때문에 죄인 취급하는 분들이 많아요. 불만 있는 분들은 제 작품을 안 보셨으면 해요. 대신 제 작품을 찾아서 보시는 분들께는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이제 조연, 단역으로 활동하지만, 앞으로 좋은 신인 여배우분들이 업계에 도전장을 내고 활동해주셔야 이 업계, 시장이 좀 더 커지고, 저를 비롯한 조·단역 배우도 가늘고 길게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이런 현실이 슬프거나 속상하기보다 당연한 현상이라고 생각하니까. 앞으로도 백세리,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최종화 PD fina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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