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비혼시대]아이유·박보검이 청혼해도 '비혼' 할래?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분 7초
뉴스듣기 글자크기

①당신은 정말 비혼? 너와 나에 관한 물음
비혼 개념, 2000년대 초반부터 학계로 번져
비혼 라이프, 사회의 편견과 막연한 선망

편집자주결혼이 필수가 아닌 세상. 비혼을 선택한 이를 만나는 것은 낯선 경험이 아니다. 누가, 왜 비혼을 선택할까. 비혼을 둘러싼 사회의 색안경만 문제는 아니다.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막연한 시선도 존재한다. 이른바 '비혼 라이프'의 명과 암을 진단해본다.
[비혼시대]아이유·박보검이 청혼해도 '비혼' 할래?
AD
비혼(非婚)을 표방하는 A씨. 최근 친구와 다툰 일이 마음에 걸린다. '비혼을 하겠다고? 좋은 사람 못 만나서 그런 거 아니야. 배우 박보검이 청혼해도 비혼을 선택할 자신이 있어?' A씨는 친구 물음에 화를 냈다. 감정 조절이 되지 않았는지, 심한 말이 튀어 나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A씨는 그 장면을 떠올리다 보니 마음이 복잡해졌다. '정말로 좋은 남자가 청혼해온다면 결혼할 수도 있지 않을까. 비혼 라이프를 꿈꾸던 A씨는 혼란스러웠다. '나는 과연 비혼인 걸까, 아닌걸까….'

2020년대는 '비혼 시대'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만 19세에서 34세의 청년 10명 중 8명은 결혼하지 않았다.


정부가 지난해 7월부터 청년 1만5000명을 대상으로 방문 면접 조사를 한 결과다. 미혼 청년 중 24.7%는 결혼 계획이 없다고 답변했다. 출산 계획이 없다고 말한 청년도 36.7%에 달했다. 이는 시대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혼자 사는 삶'을 찬양하는 TV 프로그램이 지상파 최고 인기 프로그램으로 떠올랐다. 대중의 인기를 한몸에 받는 아이들과 인플루언서가 비혼을 선언하는 시대. 심지어 결혼식을 대체하는 '비혼식'이 유행을 타고 있다. 비혼 직원을 위해 축하금을 도입하는 기업도 생겨났다.


[비혼시대]아이유·박보검이 청혼해도 '비혼' 할래?

비혼을 향한 장밋빛 미래만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결혼 적령기의 성인이 비혼을 선택하는 것에 관한 사회의 불편한 시선. 자녀가 서른 살이 넘었다면 '당연히' 가정을 꾸려야 하고, 아이를 낳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부모 세대의 보편적인 정서. 비혼자를 향한 복지 증대에 관한 비판도 있다. 비혼을 선언한 뒤 결혼한 이를 향해 '신념을 지키지 않았다'는 다른 관점의 비판 역시 이어진다.


비혼의 삶을 살 수밖에 없는 '비자발적 비혼'을 선택한 이에 대해 무능력한 인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미혼이라는 용어가 비혼으로 대체돼 쓰이고 있는 현실.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은 정말로 아직 어른이 아닐까. 드라마에서 언젠가 접했을 것 같은 이런 물음은 우리 사회에 엄연히 존재하는 정서와 무관하지 않다.


비혼 라이프를 선택해도 넘어야 할 산은 남아 있다. 주변으로부터 이어지는 '비혼의 진정성'에 관한 질문들.


[비혼시대]아이유·박보검이 청혼해도 '비혼' 할래? 박보검. 사진=응답하라 1988
"박보검이나 아이유처럼 선망에 그리는 이성이 청혼해도 너는 정말 비혼 선택할 자신이 있어?"
"유럽 여행에서 브래드 피트 닮은 사람과 운명적인 사랑을 경험해도 비혼 생각은 유지될 수 있을까?"
"비혼은 결국 화려한 시간을 즐기겠다는 생각 아니야? 20대 중반부터 30대 중반까지 유행처럼 번지는 그런 생각…."

누가 봐도 매력적인, 어쩌면 첫눈에 푹 빠질 수도 있는 그런 이성이 청혼을 했을 때 비혼을 할 것인지에 관한 물음. 현실에서는 박보검이나 아이유의 청혼을 받을 일이 거의 없다. 하지만 누가 그렇게 물어본다면 한번쯤 고민에 빠질 수도 있다. '만약에 그렇다면, 나의 대답은….'


대답은 Yes일 수도, No일 수도 있다. 비혼은 반드시 굳은 신념을 기반으로 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비혼은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신념을 가진 독신주의자는 물론, 독립과 사별 등 다양한 이유로 '현재 결혼하지 않은 상태'를 광범위하게 지칭하는 개념에 가깝다.


[비혼시대]아이유·박보검이 청혼해도 '비혼' 할래?

경기도여성가족연구원의 '경기도 비혼여성 공동체정책 개발을 위한 사례연구'에 따르면, '비혼'이라는 용어가 처음 쓰인 것은 1998년 서울 여성의전화 싱글여성 모임에서다.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 이라는 인식에서 시작된 이 개념은 여성주의자들을 거쳐 2000년대 초 반 학계로 퍼져나갔고. 자발적인 결혼 포기인 '독신' 뿐만 아니라 수동적 결혼 포기인 '미혼'도 포괄하는 용어로 자리 잡게 됐다.


송제숙 토론토대 인류학과 교수는 저서 '혼자 살아가기'에서 비혼의 의미를 "결혼에 연연하지 않는"으로 정의했다. 청주시 청년들을 심층 면접 조사한 장우정씨는 자기 석사논문 '청년 세대의 비혼 원인과 삶의 전략으로서의 개인화'에서 "대부분의 비혼 청년들은 결혼을 포기하거나 거부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 경계를 넘나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비혼자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문제지만, '화려한 싱글라이프' 등 소비 주체로만 소모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대중 매체에서는 연예인을 내세워 1인 가구의 화려한 삶을 방영하고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판매한다. 하지만 현실의 비혼 1인 가구 상당수는 주거 불안과 저소득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비혼시대]아이유·박보검이 청혼해도 '비혼' 할래?

서울시가 지난해 발표한 '1인 가구 실태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의 30%가 월급의 25~30%를 월세로 지출한다. 1인 가구의 69.3%가 중위소득 100% 이하에 분포했다. 혼자 살면 풍족한 삶을 누린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이 통계로 드러난 셈이다.


비혼의 삶이 우리 시대의 현실이 된 이상, 그들의 삶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비혼자들을 새로운 가족 형태의 하나로 포괄하는 법적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 등이 대표적이다. 결혼하지 않아도 가족이 될 수 있는 '생활동반자법' 등은 국회 법안으로 발의된 바 있지만, 실질적인 논의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허민숙 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혼자로도 괜찮다'는 사회적 시각이 보편화되고 있는 만큼, 개인이 어떤 선택을 하든 충분한 권리를 보장받을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며 "법률혼 체제에 편입돼야만 혜택을 볼 수 있는 현 제도로는 삶의 다양성을 담아내기 힘들다"라고 진단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