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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주가총회가 된 주주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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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셀트리온의 주주총회장은 ‘주주 성토대회장’을 방불케 했다. 몇몇 주주들은 주총이 열린 컨벤션센터에서 주가 부진에 항의하는 문구를 담은 머리띠를 매고 피켓을 들었고, 주총장 내부 주주들의 고성이 밖으로 새어 나왔다. 주총장의 소란 탓에 제대로 된 진행이 어려워지면서 일부 주주들이 강제 퇴장당하는 모습도 보였다. 2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한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은 주총장에 나와 연신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주주들의 성토는 계속됐고, 서 명예회장은 주총 내내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주주들이 뿔난 이유는 최근 셀트리온의 주가 부진 때문이다. 주주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털어놓으며 주가 하락으로 피해가 막심하다고 하소연했다. 이들은 질의응답 시간에 자사주 매입과 같은 주가 부양 방안이나 공매도 대책을 서 명예회장에게 요구하고 나섰다. 주가 하락의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이사 부회장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기 부회장은 지난해 주총에서 주주 고통 분담 차원에서 최저임금만 받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기자수첩]주가총회가 된 주주총회 28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셀트리온 주주총회 모습. [사진제공=셀트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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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총회는 주주들이 상장사의 주요 안건에 대해 논의하고 결정하는 자리다. 주총 안건과 별개로 다양한 경영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이 오가는 건 당연하다. 주가 하락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날 주총은 주가에서 시작해 주가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부 주주들이 주가 부진에 대한 항의를 이어가면서 안건 의사결정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주가 하락의 책임을 경영진에 물을 순 있지만, 그 책임을 전적으로 져야 한다는 건 별개다. 주가의 움직임은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앞서 이달 초 서 명예회장의 복귀가 알려진 직후 셀트리온 3사의 주가는 급등하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셀트리온의 주가 하락에 대해 ▲글로벌 경기 여건 ▲자본시장의 위축▲공매도 금지 해제 등 복합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부 주주들이 요구한 자사주 매입 역시 단기 주가 부양엔 효과적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현금 보유량에 영향을 미쳐 부정적 효과를 낼 수 있다. 서 명예회장도 "주가는 실적으로 견인하는 것이지 인위적으로 올릴 수 없다"며 "자사주 매입할 자금을 인수합병(M&A) 자원으로 활용하는 게 더 낫다"고 설명했다.



주주들 앞에서 장장 5시간 가까이 마이크를 잡은 서 회장의 목소리는 쉬어 있었다. 그는 회사에 불만을 가진 주주들이 회사, 심지어 자택 앞으로 찾아오면 저녁을 대접하고 밤을 새워서라도 이야기를 듣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주들에게 ‘갭(gap)’을 좁혀달라고 당부했다. 실현 불가능한 무리한 요구보다는 현실적인 타협이 가능한 선에서 주주들의 요구를 경청하겠다는 것이다. 주식 투자는 단기간에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가 아니라, 기업의 장기적이고 본질적인 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기업이 주주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질타받을 수 있다. 서 명예회장은 공개할 수 있는 모든 정보는 소통 과정에서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서 명예회장이 복귀한 만큼 그의 말을 믿어보는 ‘기다림’도 필요해 보인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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