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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웨이브] 디지털 콘텐츠와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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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웨이브] 디지털 콘텐츠와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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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은 존재의 본질 혹은 이를 규명하는 성질이다. 근대사회에서 존재의 역할에 대한 규정, 그 존재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기도 한다. 존재의 본질에 충실하면 좋은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어떤 대상의 정체성을 정립하는 것은 자신의 지위를 구축하는데 중요하며, 이것이 흔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보았다. ‘정체감 혼란’, ‘정체감 유실’ 같은 용어는 굳이 심리학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좋은 의미가 아니라는 것쯤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시대가 바뀌면 사람들의 가치와 보는 눈도 바뀐다. 과거 정체성을 굳건히 다지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다면 물리적, 심리적 경계가 약화되는 요즘에는 정체성이라는 것을 명백하게 드러내는 것을 오히려 피하려고 있다. 정체성이라는 경계를 미리 설정해 자신의 잠재적인 활동범위를 줄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요즘 잘나가는 국내외 기업들은 회사 이름에 사업이나 산업명이 사용하지 않는다. 구글은 더이상 검색엔진회사가 아니라는 점은 누구나 안다. 아마존은 온라인 서점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무인점포, 원격의료, 인공지능을 비롯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2011년부터 자사의 로고에서 커피를 지웠다. 던킨 역시 대표제품 도너츠를 회사이름에서 뺏다. 국내도 예외가 아니다. 검색, 쇼핑, 금융, 부동산, 방송, 모빌리티 등을 총망라하는 사업 영역을 가진 네이버나 카카오 역시 단일 정체성으로 정의하기 어렵다.


이런 변화는 디지털기기로 늘 고객과 연결되어 있으면서 고객이 요구하는 기능 이상의 것을 서비스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시장의 요구이기도 하다. 늘 고객과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는 고객이 언제든지 개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고객의 개입이 발생하면 변화가 일어난다. 변화는 사람마다 다르다. 개개인의 취향과 요구를 맞추기 위해 인공지능(AI)이 발전하는 것은 필연이다. 디지털콘텐츠는 AI와 어울려 급격한 혁신을 이루어내고 있다. 웹툰에 채색을 해주고 음반을 만드는데 도와주는 것을 넘어 자연어로 말을 하면 게임을 코딩하고 이미지를 수정해주는 수준에 이르렀다. 유튜브나 로블록스와 같은 서비스는 고객의 콘텐츠를 공유해준다. 디지털 콘텐츠 사업자가 아닌 고객들이 만든 콘텐츠가 부가가치를 만드는 핵심이 된 것이다.


디지털콘텐츠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데 이를 뒷받침할 행정제도는 아직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임심의는 제공된 콘텐츠가 몇 세 등급에 적절한지를 파악한다. 과거와 동일한 영상심의 모델이 여전히 적용되고 있다. 만일 인공지능이 사용자의 연령을 파악해 적절하게 콘텐츠 내용과 표현을 수정하여 제공할 수 있다면 그런 콘텐츠는 몇세 등급을 받아야 옳을까? 전체이용가이어야 하는가 아니면 연령 별 각각의 등급을 모두 받아야할까?


진화론을 주창한 다윈은 강한자, 똑똑한 종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적응하는 종이 살아남는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 말은 콘텐츠업계 뿐 아니라 행정서비스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리라 믿는다. 더더군다나 새정부가 들어선 요즘 변화하지 않는다면 언제 변화를 하겠는가.



이장주 ‘게임세대 내 아이와 소통하는 법’ 저자·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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