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무단 구조물 "양식 목적" 입장 되풀이한 中, 현장방문 주선 의사 밝혀(종합)

중국이 서해의 잠정조치수역(PMZ)에 무단으로 구조물을 설치한 데 대한 국내 우려가 커지자, 중국 측이 한국 관계자들의 현장 방문을 주선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중국은 여전히 '순수 양식 목적'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구조물 철수나 이동 등 실질적 조치 여부는 불확실하다.

한중 양국의 200해리 배타적경제수역(EEZ)이 겹치는 서해 잠정조치수역에 중국이 2022년 일방적으로 관리시설이라며 설치한 석유 시추설비 형태의 구조물 사진을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이 24일 공개했다. 2025.4.24 [엄태영 의원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24일 외교부에 따르면 전날 한중 양국 정부는 서울에서 '제3차 해양협력대화'를 가졌다. 강영신 외교부 동북·중앙아국장과 훙량 중국 외교부 변계해양사무국장을 수석대표로 양측 정부 관계자 20여명씩 총 40여명이 참석했다. 한중 해양협력대화는 2019년 12월 양국 외교장관 간 합의에 따라 신설된 것으로, 이번 회의는 처음으로 대면 형식으로 진행됐다.

서해 PMZ에 설치된 중국의 무단 구조물은 2018년에 첫 설치됐다. 총 3개의 구조물인데, 이 중 2개는 부유식이고 다른 1개는 석유 시추 시설을 개조한 플랫폼이다. 2022년도에 설치된 이 플랫폼이 자칫 해양 영유권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정부가 외교적 대응에 나섰다. 특히 지난 2월 해경이 조사에 나섰는데 중국 측이 막아서면서 대치 상황이 벌어져 논란이 됐다. 관련해 강 국장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서해상 중측 구조물에 대한 정부의 깊은 우려를 전달하고, "우리의 정당하고 합법적인 해양권익이 침해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 측은 '해당 구조물이 순수 양식 목적의 시설로서 영유권이나 해양경계획정 문제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한국 관계자의 현장 방문 주선 제안을 비롯해 오는 10월 경주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주석의 방한이 확실시되는 만큼 양국 관계를 악화시킬 추가 움직임은 자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측은 어떠한 경우에도 추가적인 구조물의 일방적인 설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전달했다"며 "(현재 설치돼 있는) 3개의 시설물이 우리 어업협정 잠정조치수역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바깥으로 이동시킬 것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이미 설치된 구조물) 이동이 어렵다고 할 경우, 우리도 비례 대응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중측에 말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비례 대응 조치는 향후 중국 측과의 협의 및 조치 여부에 따라 내부적 검토가 필요한 사안인 만큼 구체 방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중국 측이 제시한 '현장 방문'에 응할지 여부도 정부는 고심 중이다. 자칫 중국 주선으로 이뤄진 현장 방문을 통해 양식 목적이란 점이 설득될 경우 추가 조치를 요구할 여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기본적으로 잠정조치수역에서는 한중 양국 모든 어선이 자유롭게 항해하고 어업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구조물로 인해 한국의 어업에 불편함을 초래한다"며 "(중국 주장대로 양식 목적이라 하더라도) 빼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측은 이 문제가 양국 관계 발전 흐름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는 데에 공감대를 이루고, 각급 채널을 통해 계속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상세한 협의를 위해 분과위원회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이번 서해 구조물이나 불법조업 등 양국 간 현안을 다루기 위한 '해양 질서 분과위', 공동 치어 방류 및 수색구조 등 협력 사안을 다루는 '실질협력 분과위'를 설치했다. 분과위는 양국 외교부 과장이 주재하고 관계부처 관계자가 참여해 사안별 의견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양측은 향후 중국에서 제4차 한중 해양협력대화를 갖기로 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