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활용 폐교 367개…평균 20년간 방치
75개 폐교 있는 전남이 1위
경남·경북·강원 순
학령인구 감소와 함께 학교의 소멸 속도는 빨라지고 있지만 정부는 남은 땅의 활용 방도를 못 찾고 있다. 매각되지 못한 폐교 10개 중 3개꼴로 특정한 용도 없이 방치돼 있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4일 교육지방자치단체 재산 조회사이트 지방교육재정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전국의 미활용 폐교 개수는 총 367개다. 매각이 이뤄지지 않은 폐교 1346개 가운데 약 27.3%가 대부, 자체활용 없이 미활용 상태라는 뜻이다. 미활용 폐교 부지 면적은 4.46㎢에 달한다. 약 625개 축구장(7140㎡) 넓이의 땅을 활용하지 못하고 놀리고 있는 셈이다.
전남 지역이 미활용 폐교 75개로 가장 많았다. 면적도 88만3918㎡으로 가장 많은 땅을 방치하고 있는 상태다. 이어 경남 지역 미활용 폐교 수가 72개(면적 58만2300㎡), 경북 57개(73만2617㎡), 강원 56개(87만4358㎡), 충북 29개(34만1916㎡) 등 순이다.
대한민국의 폐교는 기본이 수십 년 방치다. 조사 결과 367개 미활용 폐교는 평균 약 20년간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오래 방치된 학교는 제주 신도초보흥분교장으로 1983년 폐교돼 42년 동안 미활용 상태다. 이외 20년 이상 활용법을 찾지 못한 폐교는 총 204개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경남 52개 ▲전남 38개 ▲강원 28개 ▲경북 22개 ▲충북 20개 ▲제주 12개 ▲경기 11개 ▲충남 7개 ▲전북 6개 ▲인천 4개 ▲대전 2개 ▲울산 2개 등 순이다.
미활용 폐교가 외딴 산속에만 있는 건 아니다. 도심과 가까운 폐교조차 마땅한 활용방안을 못 찾고 있다. 지난해 3월 기준 특별시 및 광역시의 미활용 폐교 개수는 20개다. 이들 면적의 합은 23만3814㎡다.
서울의 6개 폐교는 일부가 임시방편적인 활용 용도를 찾았지만 공식적으로는 '미활용 폐교'로 분류된다. 차지하고 있는 면적은 8만5057㎡다. 면적이 크지는 않지만 도심 특성상 지가가 높다. 6개 폐교 부지 총 가격은 약 1769억5000만원으로 전체 367개 폐교 부지 가격 약 3722억2000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서울 덕수고 폐교 부지의 가격은 663억5452만원, 서울 성수공고는 394억7701만원, 도봉고는 231억9180만원이다. 서울은 아니지만 대전 대동초의 부지 가격 역시 154억8223만원에 달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서울 내 폐교가 지방교육재정알리미에 '미활용'으로 표기된 이유는 활용법을 완전히 확정 짓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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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방치된 폐교가 지역 소멸을 가속화한다고 지적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미활용 폐교는 지역 소멸의 연장선에 있다"며 "향후 지역소멸이 한국 사회의 중요한 문제로 떠오를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이 폐교 활용법에 대해 고심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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