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서 서류 제출해 오해 풀었으나
이민당국 조치로 바로 석방 안 돼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영어가 서툴렀던 20대 남성이 불법 체류자 혐의를 받고 48시간 동안 구금됐다가 풀려나는 일이 발생했다.
18일(현지시간) AP통신·CNN 방송 등은 미국 시민권자인 후안 카를로스 로페스-고메스(20)가 최근 플로리다주에서 불법 체류 혐의로 기소됐다가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조치로 구금된 뒤 48시간이 지나서야 풀려났다고 보도했다. 변호사의 전언과 체포 진술서를 살펴보면 조지아주 남부 카이로에 거주하는 로페스-고메스는 지난 16일 집에서 차로 약 45분 거리인 플로리다주 탤러해시의 건설 현장에서 일하기 위해 동료 2명과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다 경찰의 과속 단속에 적발됐다.
경찰은 이들을 보고 불법 체류자라고 판단해 모두 체포한 뒤 구금했다. 플로리다주 법은 미국에 불법으로 체류하는 사람이 플로리다주에 들어오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경찰은 이에 근거하여 조치한 것이다.
아울러 법원에 제출된 문서를 보면 경찰은 이들에게 불법 체류자인지 물었고, 이들이 "그렇다"라고 답했다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로페스-고메스의 변호사는 그가 그런 답변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의 변호사는 로페스-고메스가 원주민 언어를 사용해 영어나 스페인어를 잘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로페스-고메스는 전날 오전 열린 재판에서 그의 어머니가 그의 출생증명서와 사회보장 카드를 제시해 신분이 확인되면서 불법 체류 혐의를 벗을 수 있었다. 하지만 ICE의 불법 이민자 단속·추방을 위한 '48시간 구금' 조치 때문에 로페스-고메스는 재판이 끝난 뒤에도 곧바로 풀려나지 못하고 한나절을 더 구치소에서 보내야 했다. 이와 관련해 ICE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앨러나 그리어 이민자 권리 옹호 단체인 플로리다이민자연합의 변호사는 "경찰은 영어를 잘 못 한다는 이유로 체포했고, 현재 시행 중지 명령이 내려진 주법에 따라 기소했다"며 "그 누구도 이 법에 따라 기소돼서는 안 되고, 미국 시민은 더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 경찰이 로페스-고메스 등을 체포하는 데 근거한 플로리다주 법은 지난 2월부터 발효됐으나, 위헌 소송이 제기돼 이달 4일 시행을 일시 중단하라는 법원 명령이 내려진 상태다. 이 때문에 미 언론도 경찰이 왜 이 법을 적용했는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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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불법 체류자 추방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은 당국이 체포·구금 과정에서 인종차별적인 잣대를 들이대 이민자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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