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투자이민 너무 헐값" 비판
韓 부유층, 상속세 문제로 관심 높아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인 부유층을 대상으로 500만달러(약 71억원)를 내면 미국 영주권을 즉시 발급해주는 '골드카드' 제도의 시스템 테스트에 들어갔다. 16일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 수장은 "미국의 새로운 영주권 카드인 골드카드가 테스트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발표한 후 테스트 단계에 돌입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 잠재 고객이 3700만명에 달하며, 10만개만 팔려도 미국 정부 부채를 모두 갚을 수 있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미국 정부에 따르면 이미 예약자가 1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골드카드는 기존 투자이민제도인 EB-5 비자와 달리 미국 사업체나 펀드에 투자하는 방식이 아닌, 미국 정부에 직접 기부 형식으로 돈을 내고 영주권을 받는 제도다.
기존 EB-5 비자는 80만~100만달러(약 10억~15억원)를 미국 내 사업에 투자하면 영주권을 발급해주지만, 골드카드는 500만달러를 미국 정부에 직접 지불하는 방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가격이 너무 저렴한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다만 골드카드의 경우에는 투자금이 아닌 기부금 형태로 돈을 내기 때문에 회수가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골드카드 제도의 실제 도입까지는 상당한 난관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EB-5 비자는 주 정부가 지역 경기 활성화를 위해 발행하는 성격이 강해 미국 의회와 주 정부의 승인이 모두 필요하다. 일부 비판론자들은 "돈만 내면 배경 심사 없이 영주권을 발급할 경우, 타국의 경제 사범들의 탈출구나 범죄 자금 세탁에 이용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 골드카드 발표 이후 투자이민 문의가 급증하면서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투자이민 수요를 늘리기 위한 전략적 발표를 한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 투자이민 규모가 전 세계 4위로, 지난해 약 1200명이 투자이민을 선택했다. 중국이 1만5000명으로 1위지만, 인구 비율로 따지면 한국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한국인들이 투자이민을 선택하는 주요 이유는 상속세 부담이다. 한국은 30억 원 이상 자산에 50%의 상속세율을 적용해 OECD 평균 15%보다 훨씬 높다. 반면 미국은 부모 1인당 우리 돈 약 190억원, 양쪽 부모 합계 380억원까지 면세 혜택을 주고 있어 자산가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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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카드가 실제로 도입된다면 한국 자산가들의 투자이민 비용이 크게 늘어나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현재로서는 골드카드 제도 도입 여부와 한국의 상속세 개편안 추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의 골드카드 발표 이후 기존 투자이민 제도가 폐지될 것이라는 우려로 EB-5 비자 문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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