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준공 기한을 지키지 못한 건설사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무를 인수하게 되자 불가항력적 준공 지연이라며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에 나섰는데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최근 경기 침체로 인해 책임준공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업장이 많아진 가운데 관련해 나온 첫 판결을 두고 건설업계는 후폭풍을 우려했다.
25일 건설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대구 지역 건설사인 우방이 불가항력 사유로 인해 착공이 지연됐고, 공사 기간이 길어졌다면서 경남은행 등 대주단을 상대로 낸 채무 인수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책임준공 확약은 시공사가 일정 기한 내 건축물에 대한 사용승인을 완료하겠다고 약정하는 것을 말한다. 시행사가 부동산 PF 대출을 일으킬 때 담보 역할을 한다. 우방은 2021년 대주단이 대구 '수성레이크 우방아이유쉘' 사업장에 대출해줄 때 책임준공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시행사의 대출금 채무를 함께 인수하기로 확약했다. 책임준공 기한은 올해 2월까지였다. 그러나 우방은 이를 67일 넘겼고, 확약에 따른 채무(1425억원)를 인수하게 됐다.
우방은 코로나19 발생·확산, 화물연대 총파업 등으로 인해 착공 및 공기가 지연됐다고 항변했다. 그리고 이러한 사유는 책임준공 기한을 연장할 수 있는 '불가항력 사유'에 해당한다며, 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주단 측은 책임준공 확약이 보증의 기능을 하고, 우방이 제시한 사유들이 모두 불가항력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해석상 불가항력 사유가 발생했더라도 기한이 연장되는 것은 아니라고도 했다.
법원은 대주단의 손을 들어줬다. 불가항력의 의미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고, 그에 해당한다는 사실이 온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우방이 계약 체결 과정에서 특별히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었다거나 부당하게 책임준공 확약을 맺게 됐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도 없었다고 봤다.
대주단을 변호한 법무법인 측은 "시공사가 사후적으로 책임준공 확약의 구속력을 부인하려는 시도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선례적 가치가 있는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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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건설업계에서도 이번 판례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책임준공 확약이 불공정 조항으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 개발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이는 건설사 도산으로 이어진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대구에서 우방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며 "건설사마다 세부 계약 내용과 공기 지연 사유가 무엇이냐에 따라 판결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책임준공 확약이 흔한 일인 만큼 이번 판결을 유심히 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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