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문재인 정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재정분권 추진 방안은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이루겠다는 국정 목표에서 후퇴했다고 평가된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8대2에서 6대4로 조정하겠다는 애초 계획과 달리 '2할 자치'를 벗어나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마저도 구체적인 재정확충 계획이나 기능 이양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7일 서울시가 개최한 '지방분권 토론회'에서 김재훈 서울과학기술대 행정학과 교수는 "행정편의주의에 따라 지방에 20조원 상당을 확충하고, 3조5000억원 규모의 기능을 이양하겠다는 내용만 담겼다"며 "어디에 써야 할지 고민 없이 넘겨진 돈이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운용 능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그동안 방만하게 재정을 운용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감사원, 행정안전부 등 중앙 감시체계가 갈수록 커지는 지자체 살림을 감시하기는 한계가 있다. 지방의회의 견제 또한 지자체 단체장과 의회를 더불어민주당이 석권한 상황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수 있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가 쓴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는 분권을 하기 전에 지자체 간 격차부터 줄여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첫 번째 과제로 행정구역 조정을 거론하며 박형준 전 국회사무처 사무총장의 말을 인용한다. "연방제 수준의 분권을 하겠다는 지방분권도 구호에 그치고 있다. 자치입법권과 자치재정권에 대한 과감한 변화가 없다. 100만 명 도시와 3만 명 군이 똑같은 기초자치단체인 불합리를 시정할 자치구조 개편의 방안도 빠져 있다. 행정구역 개편 없는 지방분권은 불균형만 심화시킨다." 100만 명 도시와 3만 명 군이 대등한 관계 속에서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며 발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자칫 가난한 지자체들이 덫에 걸린 양 지금의 처지를 벗어날 수 없게 된다. 마 교수는 "불균형 상황에서의 경쟁은 공정한 게임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는 것까지는 좋지만, 격차가 큰 상태에서의 분권은 부자 지자체에만 유리하게 작용한다. 지자체 간 격차 조정이 지방분권이 성공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선결 조건인 것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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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책의 여섯 장 가운데 한 장을 일본의 사례를 소개하는데 할애한다. 일본은 1990년대 중반부터 지방분권 논의가 강하게 일었다. 우리처럼 국토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분권을 하려던 게 아니었다. 경제 위기를 타파하기 위한 대안이었다. 일본 정부는 지자체가 잘게 쪼개진 상태에서 권한을 넘겨주면 경제위기가 더 어려워질 거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지방분권에 조건이 있음을 명확히 했다. '권한을 받기 전에 그만한 능력과 규모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 행정구역 통합을 강력한 대안으로 내밀면서 지자체 간 '자율적인 통합'을 권고했다. 정치인들의 이해와 주민 반발, 지역감정 등에 발목을 잡혔으나 '수용태세론'을 꺼내들어 극복했다. 역량 있는 큰 그릇을 가진 지자체에만 권한을 넘겨준다는 경고였다. 여기서 큰 그릇은 인구, 재정능력, 행정능력 등을 가리킨다. 중앙정부는 시ㆍ정ㆍ촌 통합에 강력하게 개입했으나, 모든 일을 도맡지는 않았다. 합병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고 각종 행정ㆍ재정 지원계획만 수립했다. 광역정부인 도ㆍ도ㆍ부ㆍ현에서 중앙정부의 계획을 받아 합병을 권고하고, 알선하고, 조정하는 식이었다. 이를 기반으로 대도시ㆍ중소도시ㆍ농어촌 지역을 교통망과 연계 사업으로 잇고, 중소도시가 연합해 대도시처럼 기능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마 교수는 다양한 데이터를 제시하며 이 사례를 칭찬하지만, 롤 모델로 보지 않는다. "모든 내용이 우리 실정에 맞는 건 아니다"라고 한다. 실패라 여겨지는 결과들은 반면교사로 삼으면 된다는 주장이다. 그는 대표적인 문제로 공간구조의 재편에 '효율성 중심'의 논리가 전면으로 내세워져 있는 점을 거론한다. "국토 균형발전에 대한 의지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면서 "최근 '지방창생법' 제정으로 지방위기를 극복하고자 하지만, 이것으로는 많이 부족해 보인다"고 한다. 국토 균형발전에 대한 강한 의지가 뒤따르지 않으면, 대도시권만 커버리는 기형적 형태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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