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형사재판에 넘겨진 국민의 약 절반이 변호인 없는 '셀프 변호'로 재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형사재판을 받은 17만9310명 중 47.8%인 8만5709명이 변호인 없이 법정에 섰다.
같은 기간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아 재판에 임한 사람은 5만4372명(30.3%), 사선변호인을 고용한 사람은 3만9229명(21.9%)이었다.
'셀프 변호' 형사재판은 2011년에 전체 형사재판 중 51%에 육박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2015년 39.9%까지 감소했지만 지난해 43.4%로 증가한 후 올해까지 증가추세가 이어졌다.
'셀프 변호'의 증가추세는 법원에 배당되는 국선변호인 예산 부족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2011년 468억1600만원이었던 국선변호인 예산은 올해 568억2100만원으로 100억원 이상 늘어나 연평균 3.6%의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국선변호인의 보수 증가율이 이를 상회하면서 예산 부족이 만성화됐다는 분석이다.
국선변호인 선임기준 중 하나인 '빈곤'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는 것도 '셀프 변호' 증가의 원인이란 지적도 나온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이 구속됐거나 미성년자, 70세 이상, 농아자, 심신장애자, 단기 3년 이상의 징역·금고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른 자일 경우에 반드시 국선변호인을 선임하도록 한다. 그 외의 경우에는 법원이 임의적으로 빈곤 등을 이유로 국선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도록 한다.
정성호 의원은 "'빈곤'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없어 사실상 판사의 재량으로 국선변호인이 선임되고 있다"며 "헌법재판소처럼 '월평균 수입이 230만원 미만인 자'를 기준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임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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