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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도시바 반도체 인수]혼전에 혼전 거듭한 7개월의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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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인수방침 밝힌 이후 7개월 끌며 혼전 거듭
SK하이닉스, 美 베인캐피탈 손잡으며 자금력 해소
INCJ·DBJ와 한미일 연합 구성, 유리한 고지 차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협상 난항, 한때 WD 우세
막판에 애플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며 승부수 띄워


[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이 도시바 반도체 자회사(도시바메모리) 인수자로 낙점될 수 있었던 것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승부수를 던졌기 때문이었다. 이번 인수전은 지난 2월 도시바가 매각 방침을 밝힌 이후 혼전 양상을 거듭하며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한편의 드라마와 같았다.


도시바는 미국 원전 사업으로 인한 막대한 손실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월 도시바 메모리 매각 방침을 밝혔다.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에는 전세계 유력 정보기술(IT) 업계와 사모펀드가 대거 참여했다.

도시바는 당초 지분 20%만을 매각하려 했으나 손실 규모가 커지면서 50% 이상을 매각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꾸었다. 이에 따라 예상 인수 자금 규모도 20조원까지 올랐다. SK하이닉스는 이때 부족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탈과 손을 잡았다.


당시 일본 여론은 한국이나 중국 기업에 국가 안보와 밀접한 반도체 사업을 매각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강했다. 배인캐피탈과 SK하이닉스는 일본 관민펀드인 산업혁시기구(INCJ), 일본 정책투자은행(DBJ)과 전격적으로 손을 잡았다. 이른바 '한미일 연합'을 구성하며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결국 도시바는 6월21일 한미일 연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도시바는 일주일 뒤인 6월 28일까지 한미일연합과 본계약을 체결키로 했으나 협상은 점점 길어졌다. 가장 큰 쟁점은 미국 하드디스크업체인 웨스턴디지털이 제기한 소송 부담을 어느 쪽이 떠안을지였다.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은 일본 미에현 욧카이치 공장에 반도체 공장을 공동 운영하고 있었다. 웨스턴디지털은 도시바 메모리 매각에 대한 독점 협상권을 요구했으나 도시바가 이를 거절했다. 이에 웨스턴디지털은 국재중재재판소에 중재를 신청한 데 이어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에도 매각 중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상태였다. 소송 결과에 따라 매각 절차가 중단되거나 막대한 배상금을 지불하는 등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INCJ와 DBJ는 소송 결과에 대한 부담을 도시바가 져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도시바는 인수하는 측에서 부담하기를 원했다. 양측이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협상은 8월까지 넘어갔다.


SK하이닉스가 전환사채(DB) 형태로 한미일 연합에 참여하는 것도 이슈가 됐다. 일부 일본 언론들은 SK하이닉스가 향후 도시바 메모리에 의결권을 행사하면서 경영에 참여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협상이 난항을 겪자 도시바는 8월 중순 웨스턴디지털로 우선협상대상자를 변경했다. 웨스턴디지털은 미국계 사모펀드 콜버그크레비스로버츠(KKR), INCJ, DBJ와 손을 잡고 이른바 신(新) 미일 연합을 구성했다.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의 협상은 급물살을 타는 듯 했다. 이번 협상을 막후에서 조정했던 일본경제산업성도 웨스턴디지털에 힘을 실어주는 듯했다. 웨스턴디지털에 매각되면 소송 위험 부담도 사라진다. 하지만 웨스턴디지털이 도시바 메모리의 경영 참여 의지를 굽히지 않으면서 역시 협상이 지연됐다.


도시바는 내년 3월까지 채무 초과 상태를 해결하지 않으면 상장이 폐지되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각국에서 진행되는 반독점 심사 기간을 감안하면 8월말까지 매각 대상자를 선정해야 했다. 하지만 도시바는 데드라인인 8월31일까지도 최종 대상자를 결정하지 못했다.


이때 베인캐피탈이 이끄는 한미일 연합은 애플을 강력한 우군으로 끌어들이면서 도시바에 새로운 제안을 했다. 애플은 도시바의 주요 고객사중 한 곳이다. 웨스턴디지털, 훙하이정밀공업도 애플에 구애를 보냈지만 애플은 결국 한미일 연합을 선택했다.


한미일 연합은 애플 이외에도 델, 시게이트, 킹스톤테크놀로지 등 미국 IT 대기업들이 참여한다. 이들은 약 6000억엔의 인수자금을 지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INCJ와 DBJ는 인수 단계에선 참여하지 않으며 향후 웨스턴디지털과의 소송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애플 등이 보유한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약 2조원의 자금을 CB(전환사채) 형태로 참여한다. 단 향후 지분으로 전환시 의결권은 15%로 제한된다. 이는 경영상 중요한 의사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는 수준이다. SK하이닉스 지분을 제한한 것은 향후 각국에서 진행될 반독점 심사를 감안한 것이기도 하다.


한미일 연합의 제안은 그동안의 쟁점들을 해소하기에 충분했다. 도시바는 지난 13일 이사회에서 한미일 연합과 우선 협상한다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리고 20일 이사회에서 한미일 연합을 최종 인수자로 낙점했다.


웨스턴디지털은 막판에 도시바 메모리의 의결권을 포기하겠다는 새로운 제안을 했지만 이날 이사회에서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도시바 경영진과 이사회는 웨스턴디지털과 소송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졌으며 신뢰도 보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사회 결의에도 불구하고 인수 절차는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향후 한미일 연합에 참여하는 각사는 각각 이사회를 열어 인수를 승인받아야 한다. 이후 한미일연합과 도시바는 법적 구속력을 갖춘 계약을 체결한 후 실사를 거쳐 본계약을 맺게 된다.


본 계약 이후에는 각국 규제당국의 반독점 심사를 받아야 한다. 반독점 심사는 6~9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인수 작업은 빨라야 내년 3월에 최종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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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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