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전·현직 임원들의 뇌물공여 재판에서 1심 재판부가 전원 유죄를 선고하며 "오해를 꼭 풀어달라"는 이재용 부회장의 호소가 묻혀버렸다. 삼성측은 물론 재계도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 대통령이라는 최고 통수권자의 금품 요구에 어쩔수 없이 응했다는 점은 재판부가 인정했지만 삼성물산의 합병이 경영승계와는 관계없다는 주장, 이 부회장이 회장 승계를 하는데 청와대와 무슨 관련이 있겠냐는 변호인단의 핵심 주장 모두가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이재용 부회장은 결심공판 최후 진술을 통해 "오해와 불신이 풀리지 않으면 저는 삼성을 대표하는 경영인이 될 수 없다"라며 "(재판을 통해) 오해를 꼭 풀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전현직 임원들과 변호인단은 그동안 경영권 승계 문제를 이번 재판과 연관 짓는 특검의 주장 자체가 오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재판 직후 변호인단은 1심 재판부가 이같은 사실을 받아들여주지 않은데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삼성측 변호인단의 송우철 변호사는 ""1심 판결은 법리 판단과 사실 인정 모두에 대해 법률가로서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면서 "즉각 항소할 계획으로 공소사실 전부에 대해 무죄가 선고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변호인측이 즉각 항소하겠다는 방침인 만큼 이번 재판은 항소, 상고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각각 재판에 소요되는 기간을 고려하면 내년 중반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부터 현재까지 6개월 가까이 구속 중인 만큼 삼성전자의 경영공백도 예상외로 길어질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삼성전자와 관련한 경영보폭을 넓혀왔다. 미래전략실의 경우 최지성 실장을 필두로 계열사 사업 재편을 본격화 해오며 보조를 맞춰왔다.
특히 이 부회장은 반도체,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삼성전자의 체질 개선을 위해 미국 전장 전문기업 하만을 인수하는 등 지난 3년간 인수합병(M&A)를 통해 향후 먹거리 확보에 주력해 왔다. 기존 사업에 대한 투자는 더욱 강화해 이건희 회장 때 최대 실적을 거둔 반도체 D램에서 모바일D램, 낸드플래시 등으로 반도체 사업 체질 강화에도 힘썼다.
하지만 삼성그룹 총수로서는 처음으로 구속 수감됐고 1심 유죄 판결로 인해 경영공백이 장기화 되며 삼성전자가 변신 보다는 전문경영인들로 구성된 3인의 최고경영진(권오현 부회장,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들 위주로 사업 안정화에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 관계자는 "오해를 꼭 풀어 달라던 이재용 부회장의 호소가 통하지 않았다"면서 "삼성전자 역시 이 부회장의 호소가 무위로 돌아가며 총수공백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게 돼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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