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2년2개월 동안 3번 승진한 것만 봐도 중용의 의도를 알 수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측근 차이치(蔡奇) 베이징 시장을 당 서기로 또 한 차례 파격 인사한 데 대해 프랑스의 공영 라디오 방송 RFI 중문판이 내린 평이다. 지난 27일 베이징시 공산당위원회 서기로 발탁돼 중국 수도 1인자에 오른 차이치는 푸젠성과 저장성에서 시 주석과 오래 근무한 경험이 있는 '시자쥔(習家軍)' 인맥이다.
차이치처럼 시장이 서기로 영전하는 것은 흔한 경우지만 그가 달려 온 출세 가도와 올해 가을 19차 당 대회와 맞물린 권력 암투의 내막을 알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시 주석의 '복심'으로 꼽히는 차이치는 2015년 장관급인 국가안전위원회 판공실 상무 부주임 고위직에 오른 뒤 이듬해 베이징시 대리 시장을 거쳐 올 1월 시장에 임명됐다. 그리고 4개월 만에 서기 자리까지 꿰차며 승승장구했다.
베이징시 서기는 상하이·충칭·톈진 등 4대 직할시 서기와 함께 관례상 공산당 권력 서열 25위 이내 정치국원이 맡는 점을 감안하면 차이치의 초고속 신분 상승도 머지 않았다는 뜻이다. 현재 차이치의 공산당 내 신분은 평당원으로, 후보위원(161명)과 중앙위원(205명)을 건너 뛰고 정치국원에 오른다는 건 전례를 찾기 어렵다. 공산당 내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의 정가 소식통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차이치가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의 빠른 승진을 납득할 수 없다는 불평이 많다"면서 "장관급 고위 관료가 더 높은 지위에 오르려면 최소한 5년이 걸렸기 때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인사를 두고 안팎에서는 시 주석이 19차 당 대회를 앞두고 측근을 핵심 요직에 앉혀 권력을 장악하려는 사전 작업의 완결판이란 평이 나온다. 시 주석은 집권 이후 4년여 동안 62명의 지방 서기와 성장 중 55명을 교체했는데 대부분이 측근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특정 계파를 초월한 정치색이 옅은 학자 출신도 대거 기용했다고 RFI는 덧붙였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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