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600여곳에서 '과학을 위한 행진'
"트럼프, 기후변화·과학적 사실 외면말라"
[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22일 47번째 지구의 날을 맞아 전 세계 600여 곳에서 과학계에 대한 보호를 촉구하는 '과학을 위한 행진'(March for Science)이 펼쳐졌다.
영국 가디언과 BBC방송 등은 "전 세계적으로 수만 명이 참가한 이번 행진은 원래 목적과 달리 반(反)과학 행보를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반대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고 보도했다.
'과학을 위한 행진'의 본행사는 트럼프를 겨냥한 만큼 미국의 심장부인 워싱턴DC에서 열렸다.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와 연구기관, 환경단체, 노조가 행진에 참여한 가운데 크리스티나 피게레스 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과 유명 기후과학자 마이클 만 교수도 기조연설자로 힘을 보탰다.
시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과학과 연구활동에 대한 정치인들의 위협이 커지고 있다며 트럼프를 '모래 속에 머리를 박고 있는 타조'(현실을 외면하는 사람)로 묘사하며 거세게 항의했다. 또 "트럼프와 원자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느냐? 아무 것이나 다 지어낸다는 것"이라며 조롱하기도 했다.
만 교수는 가디언에 "현 트럼프 행정부 아래서 과학이 공격받으면서 과학자들의 사기가 저하돼 있다"며 "이런 행사가 과학자들의 사기를 올리고, 목소리를 찾게 해줄 것이다"라고 밝혔다.
워싱턴 외에도 독일 베를린, 영국 런던, 오스트리아 빈, 스위스 제네바, 호주 시드니 등 전 세계 600여 곳에서 트럼프의 반과학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성 행진이 이어졌다.
이번 행진은 트럼프에 반대하는 성격이 짙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다음 날 전 세계적으로 열렸던 '반트럼프 여성행진'을 연상케 한다는 해석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여성 혐오증과 성희롱 전력에 항의하는 여성시위는 미국은 물론 영국, 체코, 덴마크, 스웨덴 등 유럽,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에서도 열려 총 300만 명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트럼프의 과학에 대한 찬밥 대우는 대선 과정에서부터 예고됐다. 그는 대선 과정에서 기후변화가 사기라고 주장하고, 과학연구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연구개발 지원보다는 일자리가 우선이라고 밝혀왔다.
트럼프는 취임 후 전임 오바마 행정부가 마련해놓은 기후변화협약 이행 약속을 송두리째 뒤엎고, 환경을 비롯한 과학 전방위 분야의 지원을 대폭 삭감했다. 최근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개발 지원금을 70억 달러(약 7조9천500억원)나 줄인 것이 대표적 예다.
또 지구온난화와 환경재앙에 회의를 표한 인사들을 환경청장과 백악관 예산과학국장에 임명했고, 현재까지 항공우주국(NASA)과 해양관리청(NOAA)과 같은 미국 대표 과학기관의 수장자리를 공석으로 남겨놓고 있다.
이에 과학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과학의 역할과 지원의 중요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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