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반도 간다"던 칼빈슨호 진로 논란, 폭스뉴스보고 말했을 가능성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한국으로 향한다던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실제로는 한반도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불거진 논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폭스뉴스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의 데이나 밀뱅크 칼럼니스트는 21일자 칼럼 '트럼프의 함대는 어디 있나? 폭스뉴스가 말하는 곳에'를 통해 "트럼프의 터무니 없는 함대 발언을 둘러싸고 많은 추측이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방영된 폭스비즈니스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매우 강한 함대를 보내고 있다"고 말해 미국이 북핵 위협에 맞서 한반도 해역에 칼빈슨호를 급파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지난 15일 칼빈슨호가 인도네시아 해역에 있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한국은 물론 전 세계가 혼란에 빠졌다. 논란이 확산하자 미 태평양 사령부는 칼빈슨호가 실제로는 한반도를 향해 이동하지 않았다고 공식 확인했다.
밀뱅크는 "당국자들은 백악관과 국방부의 혼선을 거론했고, 북한과 중국을 겨냥한 의도적인 심리전이라는 의혹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밀뱅크는 뉴아메리카재단(NAF)의 안보 전문가 톰 릭스가 제기한 가설을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함대가 어디 있는지 아무 생각이 없었고 단지 TV에서 칼빈슨호를 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밀뱅크는 트럼프 대통령이 안보 브리핑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폭스뉴스를 보면서 방송에 나온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트위터에 올리는 경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폭스뉴스는 트럼프가 문제의 발언을 하기 며칠 전부터 칼빈슨호가 한반도로 향한다고 하는 등 북한과의 일촉즉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방송했다.
백악관 핵심 참모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등이 "전단 이동에는 특별한 목적이 없다"며 칼빈슨호의 이동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폭스뉴스의 방송 내용에 더 가까웠다고 밀뱅크는 지적했다.
밀뱅크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과 허구를 구분하지 못하고, 그가 말하는 것은 진실이라고 믿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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