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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투병에도 불사른 46년 연기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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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영애, 췌장암 재발로 별세…"돌부리 걸려 넘어져도 나를 일으켜 준 건 연기"

암투병에도 불사른 46년 연기인생 영화 '변호인'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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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배우 김영애씨가 9일 오전 10시58분 별세했다. 향년 66세. 지난해 10월 말 췌장암이 재발해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지만 병세가 악화돼 결국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외아들 이민우씨는 "암이 췌장에서 간과 림프 등으로 전이됐다. 오랜 기간 고생하시다 편안하게 눈을 감으셨다"고 했다.

고인은 투병 중에도 지난 2월26일 끝난 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을 촬영했다.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췌장암 재발 판정을 받았으나 병원에서 넉 달 가까이 외출증을 끊어가며 촬영 현장을 오갔다.


고인은 2012년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을 촬영할 때도 췌장암을 선고받았으나 이를 숨긴 채 진통제를 맞으며 연기를 이어갔다. 영화 '변호인(2013년)', '우리는 형제입니다(2014년)', '카트(2014년)', '허삼관(2014년)' 등도 그 무렵 참여한 작품들이다. 고인은 생전에 당시를 "고통을 참으려 허리에 끈까지 조여매고 연기했다"고 회고했다.

고인은 1951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부산여자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71년 MBC 공채 탤런트 3기로 연기생활을 시작했다. 출연한 영화와 드라마는 200여 편. 20~30대에는 주로 여주인공을 맡았다. 영화 '비녀(1975년)', '설국(1977년)', '절정(1978년)', '로맨스 그레이(1979년)', '겨울로 가는 마차(1981년)' 등을 통해 스크린에서 주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드라마 '행복을 팝니다(1978년)', '청춘의 덫(1978년)', '풍운(1982년)' 등으로 안방극장에서도 큰 인기를 누렸다.


암투병에도 불사른 46년 연기인생 영화 '허삼관' 스틸 컷


고인은 화장품 사업가로도 성공했다. 2001년 설립한 참토원은 누적 매출 15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7년 한 소비자고발프로그램에서 황토팩의 중금속 논란을 제기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이 일로 마음고생을 한 그녀는 결국 사업에서 손을 뗐다.


고인은 2009년 '애자'로 영화계에 복귀해 재기했다. 단순한 모성애를 표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배역을 그리며 배우로서 불꽃같은 시간을 보냈다. 고인은 생전 인터뷰에서 "다음 생에도 배우로 태어나고 싶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때로는 진흙탕에 빠지기도 하고,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저를 일으켜 준 건 연기였다"고 했다.


빈소는 서울 세브란스병원, 발인은 11일 오전 11시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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