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바른정당이 보수의 새로운 희망을 자처하며 출범한지 24일로 한 달을 맞았지만 풍랑 속에 갇힌 신세다. 지지율에서는 보수의 경쟁상대인 자유한국당에 뒤처진 지 오래고, 6석을 가지고 있는 정의당과 힘겨운 4위 싸움을 하고 있다. 당은 지지율 반등을 위해 비상시국회의 부활 등에 나섰지만, 대선주자간의 '정체성 갈등'은 여전한 상황이서 당분간 당내 혼란은 계속 될 전망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23일 발표한 '2월4주차 주중동향(20~22일·1508명·응답률 9.4%·표본오차 95%·신뢰수준에서 ±2.5%포인트·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바른정당은 6.3%를 기록해 45.4%를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한국당의 13.4%에도 못 미쳤다.
창당 전에 만에도 바른정당의 기세는 무서웠다. 창당 논의가 본격화되던 지난해 12월 말 같은 기관 여론조사(12월 27~28일 조사)에서 개혁보수신당이라는 이름으로 17.4%의 지지를 얻었다. '새로운 보수'를 내세웠지만 정책 노선과 대선 전략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며 기존정당과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당은 지지율 정체를 벗어나 기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 22일 중대선거구제 도입과 의원정수 200명으로 축소하는 선거개편안을 당론을 발표한 것도 이런 고민의 결과로 보인다. 다른 정당과는 차별화된 의제를 제시해 선도적인 모습을 보이겠다는 것이다.
바른정당은 창당 당시부터 당내 다양한 의견수렴을 위한 민주적인 토론문화가 오히려 독이 되고 있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 고위당직자는 "당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은 분명 새누리당과는 다른 점"이라면서도 "하지만 선거연령 인하나 고위공직자수사처 신설 등 주요현안에 대한 당론을 일찍 정하지 못하며 우유부단한 보습을 보이며 주도권을 내준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마음이 급한 당 지도부의 비상시국회의도 부활시켰다. 비상시국회의는 바른정당 소속 의원들이 한국당에서 탈당하기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과 창당을 논의하던 회의체다. 창당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이를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회의는 일요일인 오는 26일부터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당 지도부와 대선주자, 김무성 의원 등 중진들이 참석한 가운데 매일 열릴 예정이다.
당 대선주자들은 외부 연대를 놓고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유승민 의원이 자유한국당 후보와 범보수 단일화 협상에 나설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치자 "국정농단 세력과의 후보 단일화를 하겠다면 유 의원은 차라리 새누리당으로 돌아가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유 의원은 "새누리당이 이제 없어서 못 돌아간다"며 응수해 두 사람의 갈등은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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