빕스 '월드푸드마켓'
'다양함'과 '새로움' 내세워 전점으로 새 콘셉트 매장 확대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결혼하기 전에 꼭 하고 싶었던 것 중에 하나가 '엄마랑 단둘이 해외여행 가기'였다. 하지만 두 모녀를 태운 비행기가 도착한 곳은 '고작' 제주도. 엄마와 특별한 시간을 만들기 위해 꿈꿔왔던 시간은 일에 떠밀려, 출산 후에는 육아에 떠밀려 실현하지 못했다.
"둘째는 꼭 딸 낳아라." 첫째 낳자마자 엄마가 건넨 한 마디. 시어머니가 한 말이 아니라 다행이라고들 했다. 몸조리도 안 끝났는데 둘째라니…. 이후로도 엄마는 딸이 꼭 있어야 한다면서, 나중에 늙어서 친구처럼 지낼 수 있다고 했다.
"엄마, 내가 그렇게 좋아?" 해외여행은 커녕 손주새끼 떠넘기며 '방콕'만 하게 하는 딸내미지만, 그래도 엄마 마음에는 딸이 편하신가보다. 매일 친정으로 퇴근하는 딸 내외 저녁상까지 챙겨주는 딸바보 엄마를 모시고 지금 당장에라도 비행기에 올라 해외 맛집 순방을 다니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 이번에는 임신 초기라는 변명으로 올 겨울 여행도 고이 접어뒀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엄마와 오븟한 외식을 한다고 찾아간 곳은 빕스. 엄마는 "애들도 아니고 무슨 빕스야"라며 핀잔을 주면서도 딸이 끄는 손을 뿌리치진 않았다.
빕스는 최근 전 매장을 '월드푸드마켓' 콘셉트로 전환했다. 지난해 9월 홍대점에서 처음 적용, 시범 운영한 이후 올 1월 말까지 전국으로 확대한 것. 빕스의 월드푸드마켓은 태국의 짜뚜짝 마켓, 일본의 츠키지 마켓, 스페인의 보케리아 마켓, 이탈리아의 피렌체 마켓, 미국의 첼시 마켓 등 세계 유명 푸드 마켓을 모티브로 각국의 대표 요리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꾸민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탈바꿈한 뒤 소비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방문객 수는 전년대비 60% 가까이 신장했고, 소비자 조사 결과 '다양함'과 '새로움' 항목에서 특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점심시간인 12시30분에 맞춰 매장을 찾았을 때에는 대기번호 26번을 받았다. 순번이 될 때까지 1시간 가량을 근처 화장품숍, 의류점 등에서 보낸 뒤라야 겨우 입장할 수 있었다.
기존까지만 해도 사실 빕스하면 '연어'를 떠올린 게 전부였지만, 이번에 찾은 매장에서는 새로운 메뉴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초밥 종류만 해도 장어초밥, 새우초밥, 연어초밥, 계란초밥 등 10여가지가 됐고 피자코너에서는 눈앞에서 화덕 안에 도우를 넣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도록 해 눈요깃거리도 제공하고 있었다. 태국의 짜뚜짝 마켓 코너에서는 방울토마토 꼬치 등 다양한 꼬치 메뉴를 내놨다. 파파야 등도 활용해 새로움을 추구한 것은 높이 살만하지만 나시고랭, 팟타이 등 좀 더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메뉴가 빠진 것은 아쉬웠다.
'배부르다, 더 이상 못먹겠다, 뱃살 어쩔꺼냐'면서도 엄마는 디저트까지 빠짐없이 챙겨 오셨다. "엄마, 출산 후 내년에는 꼭 일본 가서 라멘 먹고, 태국 가서 뷅양꿍 먹기로 해요! 둘째도 부탁해~"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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