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민트·빨강·분홍색 등 4종…올해는 '펜'도 추가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하루 만에 에스프레소 14잔을 마셨다고?"
후배는 별게 다 호들갑이라는 듯 태연하게 웃음을 지었다. 매일 새벽달을 보면서 출근하는 석간기자들에게 모닝커피는 '수면장애'와 '의식저하' 등 고산병과 비슷한 증세를 완화시켜주는 데에 특효약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도 뛰어나 하루에도 3~4잔씩 찾고들 한다. 하지만 아무리 자주 먹는다고 해도 하루에 14잔씩 찾진 않는다.
그가 14잔을 한꺼번에 구입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스타벅스 다이어리, 너란 녀석!'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지난 3일까지 시즌음료 3잔을 포함해 17잔의 음료를 마시고 스티커를 모으면 2017년도 다이어리를 1+1으로 증정했다. 이에 후배는 부랴부랴 텀블러에 에스프레소샷 14잔을 담아온 것이다. 텀블러 할인을 받아 6만5000원에 달하는 다이어리 2권을 4만6000원에 샀다며 흐뭇해했다.
스마트폰이 발달할수록 지인들 전화번호부터 생일, 결혼기념일은 물론 내일의 일정까지 스마트폰에 의존하게 된다. 많은 것을 기계에 맡기게 됐지만 '다이어리'라는 특별한 매개체가 주는 아날로그의 즐거움은 편리, 그 이상의 가치를 준다.
스타벅스 다이어리에 매달리는 이들도 비단 '스타벅스'라는 브랜드 때문만이 아니라 이러한 다이어리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어서가 아닐까.
올해 검정, 민트, 빨강, 분홍 등 4가지 종류의 색상으로 총 80만부를 찍었는데 벌써부터 분홍색 다이어리는 곳곳에서 품절사태를 겪고 있다. 민트와 분홍은 17잔을 마신 고객에게 증정용으로만 제공되다보니 '돈 주고도 살 수 없다'는 희소성 때문에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웃돈까지 붙어 팔리는 스타벅스 다이어리에는 어떤 특별함이 있을까.
올해는 이탈리아 몰스킨 본사에서 직접 제작한 '펜'이 추가 제공되는 것이 특징이다. 속지의 경우, 라지사이즈인 검정ㆍ빨강 다이어리는 한 주간의 계획을 볼 수 있는 '위클리'로 구성됐고, 분홍 다이어리는 일별 계획을 상세히 기록할 수 있는 '데일리'로 돼있다. 화려한 패턴의 무늬나 그림 등이 삽입돼있지 않아 수수하고 깔끔한 맛에 오래써도 질리지 않는다.
버킷리스트 페이지가 추가됐으며, '샌드위치 구매시 음료 제공' 등 매장서 사용가능한 쿠폰도 있다. 아날로그의 감성대로 '손편지'를 쓸 수 있는 엽서는 덤이다.
아쉬운 게 있다면 지난해에 비해 쿠폰의 종류가 절반으로 확 줄었다는 점. 기존의 쿠폰들도 '사이즈업' 등이라 활용도는 크게 높진 않았지만 매년 쿠폰 인심이 야박해진다는 느낌이다.
본래 증정용으로 제작됐지만, 별도구입시 검정ㆍ빨강에 한해 가격은 3만2500원이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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