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트럼프 정부가 재정 지출 대신 규제 완화와 기업투자 유치를 통해 정책 기대감을 이어갈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가용예산이 넉넉지 않아 정부지출의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2016년 연방정부 지출은 3.9조 달러로 수입 3.3조 달러를 크게 초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동안 정부 부채를 지방 (fat)에 비유하며 크게 절감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트럼프 정부가 자문을 얻고 있는 싱크 탱크 헤리티지 재단은 향후 10년간 10.5조 달러의 예산을 줄이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2018년 재정적자를 720억달러 수준으로 감축해야 한다. 2016년 5870억 달러와 의회 예산국(CBO) 예상치 5,490억 달러보다 4000억 달러 이상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김영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총 부채는 이미 법정 채무한도를 1.8조 달러 초과했다"면서 "또 3월 15일이면 연방정부의 채무한도 적용 유예 기간 만료일이 도래하는데 이때까지 채무한도 증액이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는 보유 현금과 세수, 외환안정기금 재투자 중단, 채무 스와프 등 긴급 조치를 통해서만 재정을 조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여당인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고 있어 채무한도 협상은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작은 정부를 추구하는 공화당 성향은 감안해야 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화당 내 신뢰가 충분히 높지 않은 만큼 정부가 재정 긴축의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공화당 주류 의원들을 설득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연방정부 폐쇄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채무한도 증액을 위한 협상 카드로 균형재정에 가까운 예산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쏟아낸 21건의 행정 지시 중 행정 명령은 8건으로 특히 이 가운데 규제 완화와 관련된 부분이 세 건"이라며 "정책의 초점이 정부 재정 투입이 아니라 규제 완화를 통한 민간 자본 유인임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도널드 트럼프가 타인 자본으로 사업에 성공한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트럼프의 저서 '거래의 기술'에서는 뉴욕시가 6년 동안 13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들였지만 표류하던 스케이트장(울먼 링크) 개수 공사를 3개월 만에 270만 달러를 들여 끝낸 일을 자랑스럽게 소개해 놓았다"면서 "트럼프 정부의 지출 규모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정부는 보다 빠른 규제 완화와 기업 투자 유인 제공으로 이를 만회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 트럼프는 대선 캠페인에서도 "거래의 기술 저자 트럼프입니다"라고 자신을 즐겨 소개하곤 했다.
김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 정책 초점은 재정 지출이 아니라 규제 완화와 민간 투자 유치로 빠른 규제 완화 통해 정책 기대감을 이어갈 전망"이라며 "2월에 발표될 2018년 예산 교서에서 지출이 기대치를 하회할 수 있으나 미국 정부의 정책 모멘텀 소멸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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