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중등교사 임용시험 첫 합격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올해 서울 지역 중등교사 임용시험에서 처음으로 지체장애 1급 수험생이 합격했다. 서울 중ㆍ고교 교사 가운데 장애인으로 등록된 교사는 324명이지만 대부분 장애 등급 4~6급이고 지체장애 1급 장애인이 합격한 건 처음이다.
주인공은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 4학년인 박성욱(24ㆍ사진)씨. 태어날 때부터 척추 장애를 앓은 박씨는 전동 휠체어를 타야 이동이 가능하고, 5시간마다 30분씩 누워 척추를 쉬게 해줘야 한다. 혼자 힘으로는 글씨를 쓰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교사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대학 2학년이던 2013년부터 교직 과목을 이수하고 학생들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심리학까지 복수 전공했다.
한 달간 모교인 서울 동성중학교에서 교생 실습을 할 때는 칠판에 분필로 글을 쓸 수 없어 집에서 파워포인트나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으로 학습 자료를 미리 만들어갔다.
박씨는 지난해 11월 서울시 중등교사 임용시험에서 25명을 뽑는 장애인전형 가운데 국어과 교사에 응시했다. 등ㆍ하교와 일상 생활은 어머니와 생활도우미의 도움을 받았지만 하교 후에나 주말에는 같은 학교 학생도우미의 도움을 받아 시험 공부를 했다.
시험을 치를 때는 서울교육청이 '대필 지원'을 해줬는데, 박씨가 답을 말하면 대필자가 답안을 작성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었다. 그리고 3일 발표된 '2017학년도 공립 중등학교교사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 최종합격자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박씨는 "굳은 믿음이 있으면 신체적 제약을 딛고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다"며 "학창 시절 수학여행까지 함께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끌어주신 선생님들처럼 좋은 교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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