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US여자오픈 트럼프 소유 골프장서 개최 예정, 여성 비하 등 막말로 변경 압박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트럼프 리스크'.
미국골프협회(USGA)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내년 US여자오픈의 개최지가 바로 미국 공화당 대통령후보 도널드 트럼프 소유 골프장(미국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도널드트럼프내셔널)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트럼프의 여성 비하와 성추행 관련 막말 논란이다. 최근 "여자골프 최고 권위의 US여자오픈을 여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리처드 블루멘털 등 민주당 소속 연방 상원의원 3명은 마크 데이비스 USGA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US여자오픈 개최지를 변경하라"고 요구했다. "트럼프의 여성 비하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천명하라"는 압박이다. USGA는 그러나 "개최지 변경은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 ESPN은 3일(한국시간) "USGA가 대통령 선거가 끝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R&A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미국프로골프협회(PGA of America) 등 대다수 골프관련 단체들은 이미 트럼프골프장에서의 대회 개최를 변경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는 시점이다. R&A가 '최고(最古)의 메이저' 디오픈 개최지에서 스코틀랜드의 명코스 턴베리를 퇴출시킨 게 대표적이다. 트럼프가 2014년 6300만 달러(720억원)에 사들인 곳이다. 당초 2020년 디오픈이 예정돼 있었다.
PGA투어는 50년 넘게 대회를 개최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트럼프내셔널도럴골프장과 작별했고, 미국프로골프협회는 아예 지난해 4대 메이저 우승자들이 출전하는 '왕중왕전' 그랜드슬램대회를 전격 취소했다. 역시 "미국 국경을 넘어오는 멕시코인은 다 살인범이고 강간범이다", "이슬람교도의 미국 입국을 아예 금지해야 한다" 등 트럼프의 막말이 출발점이다.
PGA투어는 현재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투어를 운영하고 있고, 이슬람교도가 압도적인 중동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트럼프의 막말이 "PGA투어의 세계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의 여성, 이민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비인격적인 공격은 차별 없이 누구나 골프를 즐겨야 한다는 대의에 맞지 않는다"며 "골프가 추구하는 관용 정신에 배치된다"고 했다. 오는 8일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가 골프계에도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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