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식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프론트오피스 파트장
새단장 나선 덕수궁 석조전, 호텔급 관리로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역사 전달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고종과 영친왕이 머물렀던 석조전이 지난 17일, 묵은 때를 벗고 새 단장에 나섰다. 석조전은 1910년에 완성된 대한제국의 대표적인 서양식 건물로, 황궁의 정전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1933년 일본이 '덕수궁미술관'으로 용도를 변경한 이후 회의장, 국립박물관 등으로 사용되는 수모를 겪었다. 2014년 10월에 이르러서야 문화재청이 훼손된 석조전을 원형대로 복원, 일반인들에게 공개했다.
황제가 머물렀다고 하기 무색할 정도로 상처투성이였던 석조전이지만, 최근 호텔급 관리를 받으며 서서히 '황궁'의 면모를 갖춰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사업의 최전선에 선 이가 바로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의 이진식 프론트오피스 파트장이다.
이 파트장은 "황제와 황후의 침실, 서재, 거실을 보기 위해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많이 오는데 이들에게는 눈에 보이는 게 대한제국 황궁의 전부일 수 있다"면서 "최대한 원형에 가깝도록 복원해 한국의 역사를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올해 20년째 '호텔리어' 외길을 걷고 있는 이 파트장은 '객실정비의 달인'으로 통한다. 1996년 조선호텔에 입사해 프론트데스크와 객실 예약과 등의 현장을 두루 거친 그는 2003년 프론트데스크 부서장으로 재직했을 당시 호텔 업계 최초로 공항 원스톱서비스를 도입해 안정화 업무에 주력했으며 2011년에는 호텔식 서비스를 외부에 처음 적용시키기도 했다. 특히 정리정돈, 관리에 재능이 특화돼있어 2014년에는 정확하고 일괄적인 정비를 위해 100년 청소비법을 담은 객실 정비 가이드북도 제작했다.
이 파트장은 "내가 없더라도 누구나 전문가 수준으로 호텔객실을 정비할 수 있게 한 권의 책으로 만들었다"면서 "102년 된 조선호텔이 향후 100년이 지나도 똑같은 품질의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석조전 정비사업을 그가 총괄하게 된 것도 이러한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석조전 내 접견실, 서재, 침실, 대식당의 카펫, 린넨, 가구, 대리석 벽면, 마룻바닥 등의 내부정비를 실시하는 것은 호텔 전문가라 하더라도 오랜 경험과 노하우가 없다면 선뜻 맡기 어렵다. 일반 고객을 위한 객실이 아니라 왕이 머물던 장소라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꼼꼼'하기로는 세상에서 둘째가라면 서운한 이 파트장의 철두철미함은 이미 호텔 안팎에서 공인받은 상태다. 평소에도 '잔소리꾼'으로 불리는 이 파트장은 호텔 내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대리석에 먼지가 앉아있지는 않은지, 객실 침대 밑에 머리카락이 보이지는 않는지 손수 챙긴다. 무광 대리석의 효율적인 광택작업 '주기'까지 꿰고 있는 것은 물론 그릇별로 사용해야할 걸레의 종류와 재질 등도 줄줄 외고 있다.
그는 "디테일의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든다"면서 "전통과 역사가 있는 호텔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신념으로, 향후 석조전 외에도 문화재를 지킬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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