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의 소속 선박 절반 이상이 억류와 입출항 거부 등으로 비정상 운항 중이다.
2일 한진해운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한진해운 소속 컨테이너 선박 1척이 선주에 의해 압류됐고, 44척의 선박이 출항 정지되거나 항만서비스업체들의 작업 정지되는 등 총 45척의 선박 운항이 정상 운항하지 못하고 있다.
한진해운이 운영하는 선박은 사선(보유선박) 37척ㆍ용선(빌린선박) 61척 등 총 98척이다.
컨테이너선 한진로마호 1척은 현재 선주에 의해 억류돼 싱가포르항에 정박해있고, 한국 광양, 중국 샤먼ㆍ얀티엔ㆍ청도ㆍ닝보, 일본 나고야, 싱가포르, 인도 나바셰바 등지에서는 하역 작업 거부로 정박 대기상태에 있다.
이집트에서는 통항료를 지급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수에즈 운하 통항을 거부당했고, 중국 상하이ㆍ닝보와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연료를 구하지 못해 운항을 멈췄다. 수에즈 운하는 1회 통항료가 7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벌크선박의 경우 용선주 요청으로 중국 징탕과 러시아 샤흐툐르스크에서 억류된 상태다.
한진해운 선박이 발이 묶이면서 화주들의 비용 부담도 늘어나고 있다. 한진해운 화주들은 선박에 실어 보내기 위해 부산항 한진해운 터미널 야드에 옮겨 놓은 화물을 빼고 다른 선사 선박을 구하는 등 비용을 이중 삼중으로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화주들은 납기를 맞추기 위해서 다른 선사가 비싼 운임을 요구해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처지다. 미주 항로의 운임은 벌써 2배 가까이 폭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난달 31일부터 지금까지 터미널에서 반출된 수출화물 컨테이너가 2000개를 훨씬 넘는다.
법원은 지난 1일 물류대란 등 경제적 파장을 고려해 최대한 빠르게 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내렸지만 선박 압류가 이어지면서 정상화의 길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당장 기존에 속해있는 해운동맹인 CKYHE로부터 퇴출동보를 받았고 해운동맹 재편 과정에서 내년 출범되는 디 얼라이언스로부터 퇴출도 확실시된다. 컨테이너선 사업은 업태 특성 상 해운동맹체에서 배제되면 영업이 불가능해 진다.
컨테이너선사의 핵심 자산인 선박과 영업력에 막대한 지장을 받은 상황에서 화주마저 이탈하면서 법정관리 이전과 같은 수준의 정상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한 법원의 채무 동결이 외국에서 적용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물류대란이 쉽게 해결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진해운은 해외 선박금융 규모가 1조5000억원, 용선료 등 상거래채무 연체가 6500억원에 이르는 등 많은 국외 채권자들이 있어 이들이 선박이나 컨테이너 압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국내에서는 포괄적 금지명령으로 가압류를 피할 수 있지만 해외에서는 한국법이 적용되는 지역에 한해 금지명령의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압류될 가능성이 있다.
독일 선주사 리크머스는 한진해운으로부터 밀린 용선료를 받기 위해 지난달 30일 한진로마호를 싱가포르항에 억류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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