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의 생존을 위해서 청산형 회생 절차 돌입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선박 억류, 입출항 거부 사태가 이어지며 자생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청산을 전제로 한 회생 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청산형 회생이란 회생절차내에서 채무자를 청산한 뒤 새로운 법인 설립 또는 매각 등을 통해 회생을 모색하는 제도다. 즉 회사가 보유한 자산의 처분으로 회수한 금액을 채권자에게 분배하고 채무를 해결하는 방법인데 자산 처분과 분배 절차가 끝나면 회사는 해산돼 소멸된다.
법원은 지난 1일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를 개시했다. 법원은 "회생이 목적이지 청산이 전제가 아니다"고 밝히며 회생 가능성을 거론했지만, 금융당국은 "한진해운이 가진 자산을 현대상선이 인수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청산형 회생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법정관리 결정 이후 선박 등 자산 압류가 이어지고 입출항이 거부당하는 등 컨테이너선사로서의 영업력에 타격이 큰 상황이라 한진해운의 회생이 희박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국내에서는 포괄적 금지명령으로 가압류를 피할 수 있지만 해외에선 법적 효력이 제약되는 까닭에 국외 채권자들이 선박 등 자산에 대한 추가 압류에 나설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한진해운은 해외 선박금융 규모가 1조5000억원, 용선료 등 상거래채무 연체가 6500억원에 이른다.
이미 독일 선주사 리크머스는 한진해운으로부터 밀린 용선료를 받기 위해 지난달 30일 한진로마호를 싱가포르항에 억류했다. 싱가포르 선사 PIL은 한진해운에 빌려준 선박 '한진멕시코호'를 돌려받기 위해 운항 정지를 요청했다.
법원은 빠르면 한달 안에 한진해운의 잔존가치와 청산가치를 따지는 등 실사를 마무리하고, 11월25일까지 한진해운의 회생 계획안을 받아 이를 바탕으로 회생 절차를 유지할지를 다시 판단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청산형 회생은 회사의 청산가치가 기업을 계속 유지할 때 가치보다 큰 경우 가능한데, 회사를 운영할 현금이 안정적이지 않아 기업 규모가 크게 축소되거나 청산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선박 억류와 입출항 거부 등 운항 차질이 이어지면서 한진해운이 최대 140억달러(약 15조6000억원) 송사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선주협회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운영하는 컨테이너 120만TEU 중 이미 선적된 화물은 41만TEU다. 총 8281곳의 화주가 짐을 맡겨 화물가액만 140억달러로 추산된다.
선박 압류를 막으려면 외국 법원으로부터 압류금지명령을 받아야 한다. 각국 법원이 이를 인정해 스테이오더가 발동하면 최악의 상황인 선박 압류는 일단 피할 수 있다.
다만 입출항 거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체금을 지급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거나 지급보증 등의 중재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한진해운은 이날 운송물량이 가장 많은 미국을 시작으로 다른 주요 거래국 법원에 스테이오더를 신청하고 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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