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지카·테러보다 대회 준비하는 구성원 갈등이 더 큰 고민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부자들만을 위한 올림픽(Olympics Only For the rich)!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의 진짜 적은 내부에 있다. 불안한 치안, 지카 바이러스, 테러와 같은 문제는 외부를 향한 경고일지 모른다. 올림픽을 준비하는 구성원의 갈등. 이것이 대형 이벤트를 앞둔 브라질의 가장 큰 고민이다.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5일(한국시간) 마라카낭 주 경기장. 메인프레스센터(MPC)를 출발해 행사장까지 버스로 한 시간을 달리는 동안 리우의 민낯을 보았다. 각국 취재진과 관광객을 맞이하기 위해 마련한 MPC 부근의 정돈된 인프라와 비교됐다. 큰길가에 흐르는 개천에서는 악취가 나고 빈민가가 곳곳에 밀집했다. 사이사이 세운 철조망은 덤불에 덮였다.
부실한 공사와 미비한 시설, 낙후한 환경 등은 사실 국제 스포츠 종합대회에서 빈번하게 생기는 문제점이다. 그래도 대회를 준비하는 관계자와 유치도시 주민들은 한데 뭉쳐 외국에서 온 손님에게 되도록 좋은 인상을 주려고 노력한다. 대회를 코앞에 둔 리우는 사정이 다르다. 올림픽 개최 문제를 두고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그것도 대회 심장부인 주 경기장 인근 건물에 짧고 강한 메시지를 남겼다. 무장한 경찰과 병력의 삼엄한 경계로 주위는 평온하지만 주체를 알 수 없는 이들의 불만은 적지 않으리라.
마라카낭은 브라질의 상징이다. 1950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을 개최하기 위해 만든 축구 전용 경기장. 설계 당시 관중 약 20만 명(현재 약 8만7000석)을 수용할 수 있는 웅장함부터 규모가 달랐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도 이곳에서 열렸다. 리우는 축구의 도시답게 육상 트랙이 있는 메인 스타디움 대신 올림픽 개·폐회식 행사장으로 마라카낭을 선정했다. 그러나 시설물을 에워싼 분위기는 그림자다. 경기장을 잇는 마라카낭역 뒤로는 빈민가 밀집지역인 '파벨라'가 산등성이처럼 솟았다. 인근 쓰레기통을 뒤져 빈병과 재활용품을 쓸어 담던 남루한 사내는 허공을 가리키며 욕설을 내뱉었다.
마라카낭과 가까운 지역 주민들의 삶은 훨씬 고단해 보인다. 마이너스 성장률을 거듭하는 브라질의 경제 위기가 이곳에서 고스란히 묻어난다. 삼삼오오 모여 버스를 기다리거나 굳은 표정으로 걸음을 옮길 뿐이다. 전용차선을 쌩쌩 달리는 올림픽 수송 차량 옆으로 교통 체증에 짜증 섞인 운전자들의 표정이 스친다. 먹고 사는 문제가 시급한 이들에게 올림픽은 축제가 아니라 더 깊은 나락을 재촉하는 근심거리 같다.
리우 올림픽의 공식 슬로건은 '새로운 세상(New World)'이다. 악재와 우려에도 브라질과 주 정부는 여전히 대회의 성공 개최를 자신한다. 마라카낭에서 타올라 17일간 불을 밝힐 성화가 꺼진 뒤 새로운 세상이 리우의 그림자를 걷어낼 수 있을까.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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