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FC서울 미드필더 조찬호(30)가 승부수였다. 의미 있는 활약을 했지만 결과가 아쉬웠다.
조찬호는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한 정규리그 21라운드 홈경기에 선발 출전해 그라운드를 누볐다. 서울은 전북 현대에 2-3으로 졌다.
조찬호는 황선홍 감독이 서울로 오면서 기회를 잡았다. 최용수 감독 시절에는 주로 2군 경기를 뛰면서 몸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황 감독은 조찬호가 익숙했고 조찬호도 황 감독의 생각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포항 스틸러스에서 함께 있으면서 봤던 기억이 지금도 남아 있을 것 같았다.
조찬호는 전북과의 경기에 오른쪽 날개로 나왔다. 뚜껑을 열어보니 그가 사실상 승부의 열쇠였다. 조찬호는 오른쪽에 있다가도 중앙으로 움직이면서 서울의 패스 플레이를 완성하는 역할을 했다. 수비시에는 김보경을 잘 괴롭혔다.
대표적인 몇 가지 장면이 있었다. 전반 14분 조찬호가 중앙으로 이동해 원터치 패스로 다카하기에게 연결해 전북의 좁은 수비망을 뚫었다. 전반 15분에도 박주영, 다카하기와 삼자패스를 그려냈다. 후반 4분에는 페널티박스 바깥 중앙에서 공을 잡아서 데얀에게 내주는 척하다가 돌아서서 다카하기에게 연결했다. 다카하기는 결정적인 땅볼 크로스를 왼쪽에서 올렸지만 수비에 걸렸다.
황선홍 감독이 기대했던 대로였다. 경기 전 조찬호에 대해 "아직 몸을 끌어올리고 있는 중이다. 좋아지고 있다"며 100%가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이번 전북과의 경기에서는 예상외로 활약이 좋았다.
황 감독은 조찬호에 대해 "왼쪽에 서는 박주영이 하지 못하는 부분을 또 해줄 수 있고 날개로 뛴 경험이 많다"고 했다.
자신의 날개론도 폈다. 황 감독은 "사실 개인적으로 축구라는 것이 날개들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올려서 강하게 싸울 수도 있고 중원싸움을 붙일 수 있다"면서 "조찬호가 오늘 전북과 중원싸움에서 좀 도와줘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조찬호가 황 감독의 날개지론을 잘 이행했다.
후반 중반부터 꼬였다. 전북이 로페즈의 두 골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고 서울은 경기가 어려워졌다. 조찬호의 활약도 빛이 바랬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김현민 사진기자 kimhyun8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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