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삼성전자·LG전자가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고객 충성도)를 높여 줄 중저가폰을 앞세워 중국시장 공략에 나섰다. 심플한 디자인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만을 강조해서는 또 다른 '대세' 브랜드에 자리를 내줘야 한다는 사실을 샤오미를 통해 학습한 결과다.
6일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5월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에서 샤오미의 출하량은 전체의 4%에 그쳤다. 중국 2세대 제조사인 비보(4.5%), 오포(4.1%)에 밀리면서 전체 7위로 뒤처졌다.
샤오미는 지난해 당초 목표인 1억대에 크게 못 미친 7100만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했다. 올해 1분기에는 1090만대를 출하하는 데 그쳤다. 2015년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출하량을 50% 이상 올리며 삼성전자·애플도 위협할 '샛별'로 평가받았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 같은 반전은 샤오미 스마트폰이 특허 등의 문제로 안방인 중국시장에서 '우물 안 개구리'에 그치고 있는 상황에서 가성비뿐만 아니라 기술력도 갖춘 2세대 제조사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발생했다. 최근 샤오미는 무인항공기(드론), 세그웨이, 전기자전거 등 정보기술(IT)을 접목한 다양한 제품군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기반이 부족하다는 점이 한계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제조사들은 샤오미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고객 충성도가 강한 제품을 내놓는다는 전략을 세웠다.
삼성전자가 지난 5월 중국시장에 출시한 '갤럭시C'시리즈가 대표적이다. 갤럭시C시리즈는 30만~40만원대의 중저가 제품임에도 삼성전자의 자체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삼성페이'가 탑재됐다. 신용카드 점유율이 90% 이상인 유니온페이와 중국 내 사용자만 4억5000만명에 달하는 알리페이를 모두 삼성페이를 통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 삼성 모바일 제품에 대한 고객 충성도를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LG전자는 기존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핵심 기능을 제품별로 한 가지씩 각각 탑재해 다른 제품군과 차별화를 꾀한 중저가 라인업 'X시리즈'로 시장을 공략한다. X시리즈는 세컨드 스크린을 내세운 'X 스크린', 듀얼 카메라를 탑재한 'X 캠', 4100밀리암페어아워(mAh) 대용량 배터리를 적용한 'X 파워' 등 6종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주력 프리미엄 모델이 출시되기 전까지 C시리즈와 X시리즈는 삼성전자, LG전자의 중국 등 글로벌시장의 점유율 방어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가성비를 앞세웠으나 개성과 고객 충성도가 없는 제품은 언제든 대체 가능하다는 것이 샤오미 스마트폰을 통해 얻은 교훈"이라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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