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주택협회 조사 결과 집단대출 거부 등 7.3조 규모
수분양자 집단행동 움직임…"금융당국 가시적 조치 시급"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지난해 10월 치열한 청약 경쟁률을 뚫고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이모씨. 하지만 기쁨도 잠시, 중도금 대출 금리가 당초보다 올라 분통이 터졌다. 건설사도 어쩔 수 없다는 말만 거듭했다. 이 아파트는 분양률이 100% 임에도 집단대출을 해주기로 한 은행이 총 대출액의 50%만 취급하겠다고 통보했다. 어쩔 수 없이 금리를 0.7%포인트나 올려 남은 금액에 대한 대출 계약을 지방은행과 체결했다. 이씨는 수분양자들과 모임을 만들어 시행사와 건설사를 상대로 금융비용을 돌려받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
아파트 중도금 대출(집단대출)이 연달아 막히며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금융권이 여신심사 강화의 일환으로 집단대출 규제에 나선 이후 아파트 건설 사업장에서 대출을 거부당하거나 금리인상을 요구받은 경우가 4만7000가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금 금액 규모로는 7조3000억원에 이른다. 이에 분양을 받은 입주예정자들은 금리부담이 커지게 됐다며 집단항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2일 한국주택협회가 회원사(65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집단대출 거부를 당한 건설사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 6개월 동안 7조3000억원(4만7000가구) 규모의 중도금에 대한 집단대출이 거부됐다. 6개 시중은행(우리·국민·하나·외환·농협·신한)과 지방은행, 제2금융권 등이 이미 분양한 사업장의 대출을 거부한 곳은 총 11개 사업장, 대출규모는 2조1734억원에 달한다. 이로 인해 1만3476가구의 계약자들이 금리인상 등의 불이익을 안게 됐다.
또 다른 6개 사업장(6918가구)은 대출신청액(1조1098억원)이 당초 협약보다 줄었다. 25개 사업장(2만6979가구)은 이전보다 0.5~1.0%포인트 높은 금리를 제시했다. 대출 거부 등으로 약 4조원 규모의 중도금 대출 금리가 높아져 연간 200억~400억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하게 됐다. 일부 계약자들은 금리인상으로 발생한 추가 비용에 대해 보상을 요구하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어 건설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주택 업계에선 가계부채를 관리하려는 정부의 의도 속에 집단대출 금리만 인상돼 은행의 수익은 확대되고 분양계약자와 주택사업자의 어려움은 커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는 그대로인데 집단대출 금리는 4%대까지 치솟고 있다"면서 "분양보증 등 안전장치가 있음에도 사전 협약과 달리 금리가 인상되면서 고스란히 분양계약자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고 토로했다.
주택협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두 차례 간담회에서 은행권에 집단대출 피해가 없도록 당부했음에도 경직된 대출 태도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간담회 이후에도 금융권이 집단대출을 거부하거나 금리를 추가로 올리겠다고 밝힌 대출규모가 1조6000억원, 가구 수로는 1만가구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위의 행정지침 시달 등 가시적인 조치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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