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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새는 자동차보험]스쳐도 500만원…벤츠 수리비, 브레이크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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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車수리비 보험금 5조2776억원…범퍼 교체율 71.9% 사회적 낭비 심각

[줄줄새는 자동차보험]스쳐도 500만원…벤츠 수리비, 브레이크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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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구귀 기자] 지난해 5월 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점에서 주차돼 있던 차를 빼던 스포티지 운전자 김 모씨(37·가명)는 낭패를 겪었다. 차를 우측으로 회전하면서 주차돼 있던 벤츠 S350을 긁고 지나간 것.스포티지는 조수석 앞뒤 문에 손상이 생겼고, 벤츠는 운전석 앞범퍼, 휀다(앞문 앞쪽에 위치한 바퀴 윗부분)와 라이트에 흠집이 났다. 차량 두대의 수리비 차이는 엄청났다. 스포티지의 수리비는 40만원 정도였다. 그러나 벤츠는 ▲범퍼, 휀다 수리, 라이트 교환에 334만원 ▲유리막 시공 28만원 ▲4일간 동일기종 렌터카 비용 167만원 등 총 수리비 견적이 529만원이나 나왔다. 스포티지의 13배다.

외제차와 사고가 나면 이렇게 가벼운 접촉사고 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수리비가 나오는 경우가 흔하다. 차의 핵심 부품이 아닌 자동차 범퍼나 사이드미러 등도 전면 교체하기 때문이다. 기술성·안전성을 고려할 때 운행에 전혀 지장을 초래하지 않아 부품교체 없이 판금과 도장으로도 충분히 원상회복이 가능한 사고를 ‘경미사고’라고 한다.


실제로 전체 사고 중 경미사고의 비중은 아주 높은 편이다. 보험개발원이 대물담보 보험금을 규모별로 분석한 결과 소액 사고인 50만원 초과 100만원 이하는 ▲2009년 61만6700건(사고건수 비중 24.1%) ▲2010년 81만7200건(26.3%) ▲2011년 82만900건(29.2%) ▲2012년 85만6900건(30.5%) ▲2013년 93만4000건(31.0%) 순으로 증가 추세다. 100만원 초과 200만원 이하도 같은 기간 ▲34만6800건(13.6%) ▲45만8200건(14.8%) ▲42만9300건(15.3%) ▲44만4700건(15.8%) ▲49만5500건(16.4%) 순으로 증가세다.

자동차 기술의 발달로 교통사고는 경미사고가 대부분을 차지하게 됐지만, 일단 사고가 나면 부품 전면 교체가 일반적이어서 사회적 낭비가 초래되고 있다. 실제로 현행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는 사고 보상에 대한 기준이 명확지 않아 피해자가 원하는 만큼 보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범퍼는 수리와 교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고 원상회복에 대한 수리기법이 일반화되지 않아, 경미한 손상에도 교환율이 높다는 것이다. 지난해 자동차수리비로 지급된 보험금 5조2776억원 중 범퍼 교체율은 71.9%에 달한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비용을 보험사가 부담하는 자동차보험의 특성 때문에 고객은 무조건적인 부품교체 등 과도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과다수리비 지급은 결국 전체 자동차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줄줄새는 자동차보험]스쳐도 500만원…벤츠 수리비, 브레이크 건다



◆경미손상 가이드라인 7월 추진=금융당국은 경미한 사고에 대해 부품교체없이 복원수리비만 지급하는 경미손상 수리기준 표준약관을 개정해 오는 7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경미사고 수리기준 규범화는 금융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고가 차량 관련 자동차보험 합리화 방안’의 일환으로, 그동안 무분별하게 진행됐던 부품 교체 요구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개정된 표준 약관이 시행되면 단순 수리가 가능한 경미한 범퍼 손상시 새 범퍼 교체 요구가 불가능해진다. 다른 부품의 손상 없이 미세하게 긁히거나 찍히는 등의 경미한 손상이 이에 해당된다. 운전자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고 수리를 통해 외관이 소비자가 충족할 만한 적합한 수준이었는지 등이 고려된다.


보험사가 이 기준에 따라 경미한 범퍼 손상으로 판정하면 원칙상 자동차보험으로 범퍼를 교체할 수 없고 수리해 사용해야 한다. 다만 범퍼 안에 부착된 센서 등이 손상됐을 때는 교환할 수 있다.


경미손상 범퍼 수리기준에는 손상 형태별 수리 방법도 담겼다. 가장 손상 정도가 낮은 ‘투명막만 벗겨진 도막 손상’에 대해선 범퍼를 떼내 수리하거나 보수도장 작업을 할 수 없고, 광택 작업(폴리싱)만 허용된다. 반면 긁히거나 찍히는 등 ‘도장막과 함께 범퍼 소재까지 경미하게 손상’에선 범퍼를 떼어내 수리하거나 보수도장, 플라스틱 범퍼를 복원수리하는 기법인 퍼티 작업 등을 허용한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경미사고 범퍼 수리기준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으면 범퍼뿐 아니라 도어, 펜더 등 외판패널로도 새 수리기준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정비업체 갈등 사회적 합의 필요= 하지만 경미손상 수리기준 표준약관 개정과 실제 시행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비업체들이 수리기준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2010년 국토교통부가 공표한 2010년 수리비에 물가인상분 등에 맞춰 매년 새로운 수리비를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정비업계는 수리비가 너무 낮게 책정됐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이 최근 자동차보험 합리화 방안의 일환으로 수리비 과다 청구를 막기 위해 ‘통상의 수리기간’을 적용키로 하면서 정비업계의 반발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비업체에서 경미손상 수리기준 개정 자체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개정안에 연계해 정비수가를 올리려고 시도하고 있다”며 “경기과학기술대학교 자동차신뢰성연구소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하되 논란이 되는 일부 내용을 수정 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도장과 부품교환 등 일부 내용에서 보험업계와 정비업체간 의견이 다른 부분에 대한 내용 수정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는 보험사들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협력 정비업체 위주로 ‘경미사고 수리기준’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전국의 정비공장 5700여개 중 보험사들과 협력을 맺은 곳은 절반 정도다. 보험사 관계자는 “끝까지 정비업계에서 협조의사를 밝히지 않을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협력 정비업체 중심으로 경미사고 수리기준을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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