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PL상품 '엑소 손짜장'
[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엑소짜장면'을 먹으러 가며 자연스럽게 1990년대 핑클빵ㆍ국진이빵이 생각났다. 핑클빵을 먹으며 맴버들의 모습이 새겨진 스티커를 모으던 그때가 새록새록 떠올랐다. 개그맨 김국진 때문에 먹은 것은 아니었지만 나름 '퀄리티가 있어' 국진이빵도 즐겨 먹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엑소짜장면을 사러 가는 발걸음은 무거웠다. 이립(而立)을 넘긴 나이에 연예인 상품 찾는다는 것이 왠지 부끄러웠다. '그래 일이다'라며 나를 다독이고 13일 이마트 청계점을 찾았다. 엑소짜장면은 이마트에서만 판매하는 자체브랜드(PL)상품이기 때문이다.
"아주머니 엑소 짜장면은 어딨어요?"라고 묻자 점원 아주머니는 당황한 표정으로 '엑소 짜장이요?'라고 되묻고는 담당 관리자에게 나를 데려다 줬다. 점원이 잘 알지 못하는 것으로 봐서는 찾는 사람이 많지는 않은 듯 보였다. 관리자의 안내를 받아 마트 진열대에 있는 엑소짜장면을 찾았다. 엑소 손짜장과 엑소 손짬뽕, 샤이니 데일리 스파클링을 사서 집으로 왔다.
'무슨 라면 포장이 이렇지?' 엑소짜장면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검은 색의 육각 무늬만 있고 제품 사진은 조그맣게 나와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라면에 밝고 화려한 포장을 쓰는 경쟁사와는 확연히 달라 보였다.
고급스러운 포장과 달리 제품을 뜯어보니 라면과 짜장스프만 들어있었다. 경쟁사 제품에 포함돼 있는 조미유는 따로 들어있지 않았다. 물을 끓인 뒤 넣고 조금 기다린 뒤 짜장 스프를 넣고 비벼서 시식을 시작했다. 엑소 짜장면을 먹은 첫 느낌은 조금 매콤한 짜왕같았다. 면발이 넓적한 부분도 그렇고 맛에서도 경쟁사 제품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웰메이드 식품'이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가루 스프가 아니다 보니 짜장 특유의 풍미도 느껴졌다.
특히 짜장 건데기가 큼지막한 것이 식감을 돋웠다. 3분카레 먹다가 프리미엄 카레 제품을 먹는 느낌이랄까. 평소 짜장 라면은 면만 먹고 건데기 몇개만 집어 먹는데 엑소 짜장면은 중국음식점서 배달된 제품을 먹듯 전체를 다 비웠다. 다 먹은 뒤에는 샤이니 데일리 스파클링으로 입가심을 했다.
연예인 제품이지만 1200원이라 가성비(가격대비성능)가 나쁘지 않았다. 가루스프가 아닌 점을 고려하면 경쟁 제품보다 조금 비싼 것은 납득할 만한 수준이었다. 마트에서 엑소 짜장면을 찾는 사람들을 몇 봤는데, 대부분 주부들이었다. 딱히 청소년과 같은 특정 계층들만 살만한 상품이 아닌 듯 보였다.
시식을 마치고 나중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야 저 육각형 무늬가 엑소 로고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도 얼굴이라도 좀 나와 줘야지' 라며 촌스럽게 불평을 하다 나이가 든 스스로가 느껴져 서글펐다. 혹시라도 좋아하는 걸그룹 빵이 나오면 더 나이 들어도 마트에서 물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아주머니, AOA 빵 어딨어요"라고.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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