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바뀐 수능 대비해 학부모 수천명 몰려
한국사·영어절대평가 도입에 학생들 부담 토로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권재희·정동훈 수습기자] 토요일이었던 지난 12일 오후, 서울지하철 2호선 한양대역에 대학생이 아닌 40~50대 장년층들이 쏟아져 나왔다. 인근 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리는 사설 입시학원의 대입전략 설명회를 찾은 학부모들이 일제히 분주하게 발걸음을 재촉했다. 3월 신학기가 시작되고, 지난 10일 올해 첫 전국모의평가를 실시한 직후 열리는 첫번째 입시설명회였다.
시작 시간이 아직 한시간 이상 남았지만 체육관 입구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길게 이어졌고, 이미 만차가 된 주차장을 빠져나온 자가용들이 다시 인근 도로가에 늘어서면서 일대는 한바탕 혼잡을 빚어졌다.
고3 수험생을 둔 학부모 김미림(48·여·은평구)씨는 "주차장이 꽉 차 한참 헤맸다"며 "아들이 의대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그동안 직장생활을 하느라 신경을 쓰지 못해 올 한해 만큼은 아들 입시 뒷바라지에 전념할 계획"이라고 털어놨다. 김씨는 회사에 휴직계까지 냈다고 했다.
고2 딸과 함께 온 한모(52·여)씨는 "내년부터 영어가 등급제로 바뀌면서 수학이 중요해진다고 들었는데 우리 아이가 수학이 약해 걱정"이라며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지 들으러 왔다"고 말했다.
설명회가 시작되면서 학원 측이 준비한 자료집 5000부는 금세 동났다. 학원 관계자는 "사전 예약자만 3500여명 정도였는데, 예약하지 않고 오신 분들도 많아 이곳에 모인 학생과 학부모님이 450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엔 어머니 뿐 아버님들도 많이 참석하신다"며 "그 중에는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첫 연사로 나온 이 학원 임성호 대표의 설명이 시작되자 웅성거리던 장내가 일순 조용해졌다.
임 대표는 "수학능력시험 영어 절대평가는 내년부터 도입되지만 난이도 면에서는 올해부터 중요한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와 내년 시험의 난이도 차이가 크면 문제이기 때문에 올해부터 쉽게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가 수능 난이도에 대해 언급할 때마다 학부모들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수첩에 빼곡히 받아 적는가 하면 행여 한마디라도 놓칠새라 아예 녹음을 하는 학부모도 눈에 띄었다.
임 대표는 이날 "수능 상위권 학생들 10명 중 6명은 특목고나 자사고, 강남·서초 지역의 일반고, 대구 수성구의 일반고 출신"이라며 "이외의 지역 학생들은 수시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서는 상위권 대학에 들어가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은 현행 대입체제에 대해 적지 않은 불만을 나타냈다.
인천 부평에서 온 김용진(18)군은 "이과생인데 이번 수능부터 한국사가 새롭게 포함돼 혼란스럽다"며 "일정 등급만 넘기면 되는 한국사가 상위권에서는 감점 요인이 되지 않는다고 들었지만 공부량이 늘어난 건 분명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살다 자녀 교육을 위해 강남구로 이사했다는 김모(58·남)씨는 "수시전형은 잘못된 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수시 한 번 쓰려면 준비해야하는 서류만 해도 엄청난데 공부하는 수험생들이 그걸 다 할 수도 없고, 결국 학부모들이 챙겨야 하는데 먹고 살기 바쁜 보통의 학부모들은 해줄 수 없다"며 "수시를 통한 공교육 정상화도 좋지만 사실 있는 집 자식들이 가기 유리한 제도라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권재희·정동훈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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