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올해 경상성장률(명목성장률)은 5.0%로 전망된다. 경상성장률은 '실질성장률 + 물가상승률'을 말한다. 올해 실질성장률은 2.7%,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7%로 각각 예상되고 있어 이를 더하면 3.4% 수준에 그친다. 그런데 왜 경상성장률은 5.0%가 나오는 것일까.
경상성장률을 구할 때 물가상승률은 소비자물가 상승률 대신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deflator) 상승률'을 쓰기 때문이다. GDP 디플레이터 상승률은 대체로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는 약간 낮은 수준에서 결정되는데, 올해는 이상현상이 발생했다.
올들어 유가 하락 등으로 교역조건이 개선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GDP 디플레이터 상승률은 소비, 투자, 순수출 등 국민경제 전체의 물가 수준을 의미한다. 때문에 '내수 + 순수출(수출-수입) 디플레이터 상승률'로 값을 구하게 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유사한 '소비'와 '투자 디플레이터 상승률'을 더한 '내수 디플레이터'는 소비자물가와 유사하지만, 대외부문인 '순수출 디플레이터'는 교역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유가 상승과 반도체가격 하락으로 교역조건이 악화된 2000년대에는 순수출 디플레이터가 하락했지만, 유가 하락 등으로 교역조건이 개선된 최근에는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는 것이다. 2005~2006년 D램 등 반도체가격 하락이 수출물가 하락에 20%에서 최대 40%까지 직접 영향을 미쳤다. 유가가 10% 하락하면 교역조건(수출물가/수입물가)은 0.52%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기획재정부는 추정하고 있다.
유가 하락이 소비자물가를 하락시키지만, 차감 항목인 수입물가가 더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GDP 디플레이터가 상승하도록 만들었다. 앞으로 유가 하락폭이 축소돼 교역조건이 둔화되거나 나빠지면 순수출 디플레이터와 GDP 디플레이터 상승률이 모두 둔화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정부는 내년 경상성장률을 4.5%로 전망했다. 실질성장률을 올해보다 0.4%포인트 오른 3.1%로 내다보고 소비자물가를 0.8%포인트 높은 1.5%로 예상하면서도 경상성장률은 낮춰 잡은 것이다. 이 같은 분석에는 유가가 내년 평균적으로 봤을 때 더 많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깔고 있다. 올해 충분히 빠졌기 때문에 기저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유가 하락과 교역조건 개선에 따른 소비자물가 하락과 디플레이터 상승은 결국 실질소득(GDI)의 상승으로 귀결된다"면서 "이것이 정부의 소비활성화 대책 등과 맞물려 민간소비 등 내수회복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16일 정부가 내년 거시경제정책 방향에서 "실질성장률과 경상성장률을 병행 관리하겠다"고 발표하자 일부 전문가들은 착시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경제전문가인 이혜훈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17일 "이건 굉장히 국민을 혼돈시키는 것"이라며 "경제가 좋아진 것처럼 착각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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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처럼 실질성장률이 2%대에 머무르는 상황에서 저유가의 영향으로 GDP 디플레이터가 높아진 것만으로 경상성장률은 5%대로 오르기 때문이다. 경상성장률을 보조지표로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자칫 과도하게 경상성장률을 강조하게 되면 우리 경제의 실제 상황을 제대로 읽지 못할 수 있다.
기재부의 다른 관계자는 "실질성장률보다는 경상성장률이 국민 등 경제주체의 체감도가 높다"면서 "저물가 저성장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것인 만큼 적절한 정책조합을 통해 실질성장률과 경상성장률 모두를 관리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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