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매년 큰 폭으로 치솟던 현대기아차의 해외 생산량이 사상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국내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의 파업기간이 짧아진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중국과 러시아 등 주력 시장의 판매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다.
24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현대기아차의 해외 생산량은 총 317만8000여대로 지난해(326만8000여대)보다 10만대 가량 적다. 4분기 생산량이 남았지만 올해 월 평균 해외 생산량이 35만여대인 점을 감안하면 연간 총 생산량은 지난해(441만여대)보다 20만여대 줄어든 420만여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현대기아차 해외생산량은 100만대를 넘어선 2008년 이후 처음으로 하락세를 겪게 됐다. 현대기아차의 해외생산량은 2008년 145만대를 시작으로 ▲2009년 190만대 ▲2010년 260만대 ▲2011년 314만대 ▲2012년 363만대 ▲2013년 410만대 ▲2014년 441만대로 꾸준히 늘어왔다.
생산량이 줄어든 원인은 판매량 감소에 있다. 해외 생산이 집중된 중국에서 판매량이 급감한 데다 러시아 등 일부 유럽에서는 원화 약세까지 겹쳐 현지 생산량을 줄이는 전략을 택해서다.
현대기아차의 최대 시장인 중국의 경우 토종 업체들의 저가 공세와 경쟁 업체들의 할인 판촉 경쟁으로 올해 판매량이 급감했다. 3분기까지 총 112만7361대를 팔아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판매량이 11.4% 감소했고 점유율은 10.5%에서 한 자릿수 대인 8.8%로 떨어졌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올해 1~9월 중국 내 업체별 자동차 판매 순위에서 5위권 밖으로 밀려난 6위에 그쳤다. 현대차가 중국 기업보다 뒤처진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으로 현대차를 끌어내리고 5위에 오른 업체는 중국 토종 기업인 창안자동차다. 기아차 역시 9월까지 판매량 기준으로 지난해 10위에서 15위까지 밀렸다. 중국 현지 생산량이 9월 현재 74만대로 지난해보다 10만대나 줄어든 결과다.
더 큰 문제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동반 하락세다. 양사 모두 하반기 이후 신차 라인업을 보강했지만 지난해 해외생산 첫 300만대 시대를 연 현대차는 올해 200만대로 다시 주저앉을 위기에 놓였고 150만대 고지를 바라보던 기아차도 133만대를 기록한 지난해보다 낮은 생산량이 점쳐진다.
그나마 인도와 미국에서 판매세가 급증하며 해외 생산 비중을 유지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인도 내 생산량은 9월 현재 48만여대로 45만대의 지난해보다 3만대 늘어났고 최근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에서도 지난해와 비슷한 30만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해외 생산 비중이 최대치를 찍은 대목도 눈에 띈다. 2008년 해외생산 비중 34%에서 ▲2009년 40% ▲2010년 45% ▲2011년 47% ▲2012년 50% ▲2013년 54% ▲2014년 55%까지 치솟은 데 이어 올해 9월까지도 해외 생산 비중은 55%대다.
다만 업계에서는 내년 해외 생산량이 소폭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 하반기 이후 현대기아차 신차 라인업이 크게 바뀐 데다 멕시코와 중국 내 새 공장이 완공될 예정이어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미국과 인도 내 수요가 꾸준하고 부진을 겪던 중국에서도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는 만큼 내년 상반기부터는 현지 수요 증가에 따른 해외 생산량이 정상 궤도에 오를 전망"이라며 "해외 생산 500만대 돌파도 2~3년 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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