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 일단 유치하기만 하면 '흥행'과 '경제적 효과'를 보장하는 것으로 여겨지던 올림픽대회가 점점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올림픽 개최 신청을 했던 국가가 줄줄이 신청을 철회하거나 포기하면서 올림픽 개최를 위한 관문에 '치열한 경쟁'은 옛말이 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 17일(한국시간) 2024년 하계올림픽 유치 신청 도시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프랑스 파리, 헝가리 부다페스트, 독일 함부르크, 이탈리아 로마 등이라고 발표했다.
이 같은 후보 도시 명단은 당초 예상과는 크게 다른 것이다. 당초 미국의 개최 후보도시는 보스턴이었다. 그런데 보스턴은 지난 7월 돌연 후보자격 포기를 선언했다. 마틴 월시 보스턴 시장의 계획은 막대한 비용 부담을 우려한 여론에 산산조각 났다.
역시 올림픽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던 캐나다 토론토도 '백기'를 들었다. 지난여름 '미주대륙 올림픽' 개최에 따른 재정 부담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정식 올림픽 개최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에 토론토는 올림픽 개최 꿈을 접었다.
앞서 2022년 동계올림픽 유치 신청을 했던 노르웨이 오슬로, 스웨덴 스톡홀름, 폴란드 크라코프 등은 역시 재정문제와 지역 언론에 부딪혀 최종 투표를 치르기도 전에 유치 신청을 철회한 경우다. 유력 후보지들이 줄지어 발을 빼며 2022년 동계 올림픽 개최지는 중국 베이징과 카자흐스탄 알마티 두 곳만이 경합했다. 결과는 베이징의 손쉬운 승리였다.
올림픽 유치 열기가 사그라든 데는 막대한 비용에도 경제적 효과가 의문시 되고 있기 때문이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올림픽 개혁에 나선 곳도 이런 사실을 직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 경제학자 앤드류 짐발리스트는 자신의 저서 '서커스 막시무스'에서 올림픽 유치를 '승자의 저주'로 표현했다.
그는 올림픽이 경제적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은 대부분 거짓으로 판명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올림픽 기간 중 개최국의 관광산업을 포함한 경제 상황이 개선된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개최 후 그해 호주의 국내총생산(GDP)가 4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는 관광객 수가 오히려 급락했다"고 언급했다. 올림픽이라는 이벤트가 각 도시의 상황에 맞춰 열리기보다는 올림픽을 위해 도시 상황을 바꾸는 모순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게 그의 지적했다.
올림픽 개최 후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국가도 속출하고 있다. 2004년 하계올림픽을 개최했던 그리스는 100억~150억달러를 지출했다. 당초 계획보다 2배 이상 초과한 금액이다. 올림픽 이후 그리스는 최근까지도 '국가부도' 위기를 사태를 가까스로 모면할 만큼 궁핍한 시절을 보냈다. 지난해 동계올림픽을 유치했던 러시아는 올림픽을 위해 400억달러를 쏟아부었지만 올림픽에 쓰인 대부분의 시설이 방치되면서 '일회성 돈잔치'로 끝났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2016년 리우 하계올림픽이 1년도 안남은 브라질의 올림픽 개최 비용은 당초 예상했던 90억달러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나 130억달러 이상으로 늘었다. 경제 매체 이코노미스트는 올림픽 주최 도시들이 당초 예상보다 약 180% 정도 초과 지출한다고 분석했다.
올림픽으로 거둘 수 있는 가장 극적 효과는 도시 이미지 개선과 높아진 경제적 위상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이다. 1992년 베르셀로나 올림픽은 스페인이 프랑코 독재정권의 낡은 이미지를 벗는데 큰 힘이 됐다. 올림픽 이후 바르셀로나는 글로벌 도시로 도약했다.
이 같은 효과를 노리고 올림픽 유치에 열을 올리는 국가도 있다. 2008년 하계 올림픽을 개최한 중국 베이징은 2022년 동계 올림픽 유치로 동ㆍ하계 올림픽을 모두 개최하는 첫 도시가 된다. 중국은 2022년 하계 아시안게임도 항저우에 유치했다. 중국의 하계 아시안게임 개최는 1990년 베이징, 2010년 광저우에 이어 벌써 3번째다. 중국은 2022년 대규모 국제대회를 잇따라 개최하며 경제력을 바탕으로 우뚝 선 글로벌 강국의 면모를 세계에 알리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특히 2022년은 5세대 지도자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10년 집권이 마무리되고 새로운 6세대 정권이 들어서기 때문에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한 시기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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