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페라가모·스와치, 본사엔 수십억 지급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한국에 진출한 해외 명품업체들이 매년 수백억원의 배당금을 해외 본사에 지급하면서 사회공헌은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프라다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액 3550억원, 당기순이익 567억원을 기록했다. 이 업체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141%에 해당하는 800억원을 프라다코리아 지분 100%를 보유한 네덜란드 본사에 송금했다. 기부금으로는 당기순이익의 0.014%에 불과한 825만원을 냈다. 프라다코리아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배당금으로 본사에 지급한 총액은 2350억원에 달하지만, 기부금으로 지출한 돈은 3217만원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프라다는 지난 1월과 3월 주요 제품군의 가격을 5~8% 인상했다.
명품 크리스탈 브랜드 스와로브스키는 2013년 기부금을 직전해 대비 0.1% 수준(130만원)으로 축소한 이후 거센 비판이 일자 지난해 210만원을 기부했다. 반면 당기순이익의 103%인 15억원을 오스트리아 본사로 출금했다. 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도 2013년 85억원의 당기순손실에서 지난해 57억원 당기순이익을 내는 등 실적이 급성장했지만 기부금은 직전해와 엇비슷한 2900만원을 지출했다.
기부금을 한푼도 내지 않은 업체도 많다. 불가리코리아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직전해 대비 22.9% 늘어난 96억원이다. 본사에 지급한 배당금은 70억원으로 배당성향은 73%다. 하지만 기부금은 1원도 내지 않았다. 고가 시계로 유명한 스와치그룹코리아도 2012년부터 2014년 사이 당기순이익이 172억원에서 287억원으로 67% 증가했지만 기부금은 전혀 내지 않았다. 이탈리아 패션 명품 브랜드 페라가모 역시 지난해 매출이 크게 늘었지만 기부금은 '0'원이었다.
감사보고서 제출 의무가 없는 유한회사로 전환하면서 기부금 내역을 아예 공개하지 않은 업체도 많다. 샤넬과 루이비통, 에르메스의 한국지사는 2012년 전후로 유한회사로 전환하면서 매출이나 기부금 등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 기부금을 내지 않는다는 비난이 일자 유한회사로 전환을 시도하는 명품 업체가 늘고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구찌그룹코리아가 해외 명품 업체 중 가장 활발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구찌그룹코리아는 지속적인 매출 하락세에도 불구, 2012년과 2013년 각각 2억3000만원씩 기부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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